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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도 '외주화'한 연말 시상식…안전 불감증 언제까지? [SE★이슈]

2023 'SBS 가요대전' / 사진=SBS2023 'SBS 가요대전' / 사진=SBS




2019년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발생했다. SBS 연말 무대에서 벌어진 안전사고다. 불법 티켓 대행 판매 및 사기, '발카메라' 등 숱한 논란으로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남게 된 올해 'SBS 가요대전'이지만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안전사고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성탄절인 지난 25일 'SBS 가요대전(이하, '가요대전')'이 오후 5시 10분부터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생중계됐다. 현장에는 1만 5000명 이상의 관객이 운집했다. 샤이니 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 아이브 안유진이 진행을 맡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NCT 텐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팬들을 경악케 했다. 텐이 무대를 마친 후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던 중 아래로 개방된 리프트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것. 텐이 서 있는 무대 끝 통로는 굉장히 좁은 폭이었고, 텐은 무대 연출을 위해 아래를 보지 않고 걷다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무대와 리프트 아래의 단차 역시 텐의 몸을 다 가릴 정도로 깊어, 추락하던 텐의 신체가 무대 장치에 부딪히기라도 했으면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NCT 텐이 리프트 아래로 추락하는 영상 / 사진=XNCT 텐이 리프트 아래로 추락하는 영상 / 사진=X



텐은 이날 생방송이 끝난 후 팬 플랫폼 위버스에 "저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요. 진짜 아프면 바로 얘기할게요.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 사랑해"라고 다정하게 말해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팬들은 SBS의 사과와 재발 방지 요구에 나섰다. SBS의 연말 무대 안전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 앞서 2019년 레드벨벳 웬디가 리허설 도중 3.2m 높이의 리프트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다. 얼굴과 오른쪽 골반, 손목 골절 등 부상 정도만 봐도 당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웬디는 이 사고로 전치 6주의 부상을 입고, 4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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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의 추락 사고 소식이 알려지며 SBS의 안전불감증이 대두됐다. 사전 무대를 본 일부 팬에 따르면 당시 2019 '가요대전' 리허설 당시 방탄소년단, 청하, 트와이스 등도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방탄소년단은 당시 리프트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현장에서 리프트 연출을 뺀 동선으로 급히 무대를 수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BS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사고로 인해 레드벨벳이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돼 팬여러분 및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웬디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향후 SBS는 출연진 안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으나 비판은 면할 수 없었다. 사고의 경위나 설명 없는 성의 없는 사과문인 데다가 사고 피해자인 웬디에 대한 사과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년이 지난 2023 '가요대전'에서는 리허설도 아닌 본방송에서 텐이 안전사고를 당했다. 팬들은 "웬디가 사고를 당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가 떠올라 공포스럽다", "실제로 추락하는 걸 보니 아찔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방송사 주관 연말 무대는 아티스트의 단독 공연과는 규모도, 준비 과정도 다르다. 우선 많은 아티스트가 하나의 무대를 공유한다. 각 아티스트는 무대를 다양하게 쓰기 위해 리프트, 무대 단차, 화약 등의 효과를 사용한다. 돌출 무대가 마련된 경우 두 개 이상의 무대를 오가며 여러 스페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특히 무대가 시작하면 아티스트는 공연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다. 리프트 및 무대 장치 리허설과 안전 테스트가 완벽하게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연말 무대는 대부분의 방송사가 공연의 진행이나 무대 설치 등 안전과 관련한 대부분을 대행사에 맡긴다. 이번 '가요대전'의 무대 설치도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하청 시스템을 따르다 보니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 방송사는 방송사의 이름을 건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에서 최소한의 책임만 지다 보니 2019년 웬디 사고와 관련한 입장문처럼 사고 경위도, 책임 소재도 없는 무책임한 입장문이 나오게 되는 것. 한 가요계 관계자는 "대부분 공연은 대행업체를 선정해 진행하는 방식이긴 하나, 연말 무대처럼 큰 행사는 무대 설치부터 발권, 경호 등 대행사가 굉장히 많고 그 대행사에서도 일회성 인력을 뽑는 등 투입 인원과 업체 자체가 많다. 이들을 모두 방송사에서 컨트롤하기는 어려우니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라며 "방송사가 무대 설치 자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무리한 진행은 삼가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짚었다.


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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