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기업 엔카닷컴이 코스피 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플랫폼·중고차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목표하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카닷컴은 전날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9월 27일 예심 청구서를 제출한 지 약 세 달 만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아 시장에서 1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 자체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눈높이를 낮췄다면 무난히 거래소 심사 승인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카닷컴 최대주주는 지분 99.14%를 보유한 호주 기업 카세일즈홀딩스다. 2014년 SK로부터 지분 49.9%를 1175억 원에 사들인 후 2017년 나머지 지분 50.1%도 2050억 원에 취득을 완료했다. 총 3225억 원에 엔카닷컴을 인수한 셈이다. 카세일즈홀딩스는 엔카닷컴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8000억~1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중고차 업계 1위인 케이카(381970)의 주가 부진 역시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엔카닷컴은 2021년 말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는 케이카가 조 단위 기업가치로 증시 입성에 성공한 때였다. 전 거래일 케이카 주가는 1만 1840원으로 공모가 2만 5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케이카가 중고차를 직매입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한다면 엣카닷컴은 중개 플랫폼에 가까워 두 기업의 사업 모델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중고차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과거에 비해 크게 식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재 19배 수준인 케이카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엔카닷컴의 2023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순이익 155억 원에 곱해 구한 엔카닷컴의 기업가치는 약 3000억 원이다.
엔카닷컴은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중고차가 매물로 등록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차량 진단·보증 등 거래 관련 서비스도 제공한다. 6월 결산법인인 엔카닷컴의 매출은 2020년 6월 579억 원, 2021년 6월 696억 원, 2022년 6월 810억 원, 올 6월 900억 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영업이익은 29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5.6%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