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찾은 롯데마트 서울 은평점.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입구부터 길이 44m에 달하는 즉석조리식품(델리) 매대가 일직선으로 펼쳐졌다. 곳곳에서 조리복을 입은 직원들이 주문제작형 축·수산식품을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은평점은 일년 가까운 기획 과정을 거쳐 전체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만 채운 ‘그랑 그로서리’ 1호로 28일 정식 재개장한다. 이전에 주류와 생활용품이 차지했던 입구 근처의 핵심 동선에는 간편식을 집중 배치했다. 반대로 보면 다른 매장에서 통상 40%이상인 비식품 비중을 과감하게 낮춘 셈이다.
롯데마트에게 은평점의 의미는 크다. 젊은 부부가 많은 이 상권에서 주문제작형 간편식 브랜드 ‘요리하다’의 성공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어서다. 뷔페형의 ‘키친’과 제철 생선회를 현장 조리하는 ‘스시’, 건숙성 방식을 처음 도입한 ‘그릴’이 델리 매대에 모여 있다. 마트와 슈퍼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상징성도 있다. 대형마트 점포지만 공간 구성만큼은 ‘거대한 슈퍼’처럼 꾸몄기 때문이다.
향후 그랑 그로서리는 간편식을 선호하는 3040세대 위주의 상권을 중심으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e커머스가 식품 부문까지 위협 중인 상황에서 롯데마트는 오프라인을 축으로 생존 전략을 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매장 유형도 △그랑 그로서리 △제타플렉스 △마트 △슈퍼 4가지로 재편 중이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수 차례 직원들에게 “대형마트의 틀을 깬, 역사상 가장 큰 변화”라고 언급하며 이 매장을 연달아 찾아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수익성이 숙제로 꼽힌다. 그랑 그로서리로 개편되는 매장은 마진율이 높은 비식품, 특히 생활용품을 크게 축소해야 해서다. 현장의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박준범 롯데마트 은평점장은 “고마진 상품군을 축소한 만큼 리스크는 있다”면서도 “임시 개장 기간엔 상품 이익률상 기존점에 많이 밀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 역시 지난달 열린 파트너사 초청 행사에서“(하이마트 등) 계열사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테넌트(임대 매장)로 수익을 방어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