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시 외국산 제품의 관세를 1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주변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조차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한국·일본 등 동맹국이 보복 관세를 매겨 겨우 잡힌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무역 문제를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외국산 제품 10% 보편적 기본 관세’에 대해 “기존 관세에 10%포인트가 인상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외국산 제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최종 관세가 10%가 되는 것인지, 기존 관세에 10%포인트가 추가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4개년 계획을 통해 전자제품·철강·의약품 등 필수품을 중국에서 수입하지 않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라는 방안을 제시하며 무역 전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표는 중국이지만 소프트웨어, 온라인 구독 및 기타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세금 문제로 유럽과 대치할 것임을 시사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체결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도 취임 즉시 탈퇴할 것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제 경제 분야 보좌관을 지낸 대니얼 프라이스는 NYT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따른 비용을 미국 소비자 및 생산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며 동맹국을 소외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본 등 핵심 동맹국이 보복 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초당적 친(親)기업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 세금재단은 1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추가 세금 부담이 3000억 달러(약 389조 원) 늘고 미국 경제가 0.5% 쪼그라들며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증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공약은 ‘선거 구호’ 성격이 강해 실제 정책을 도입할 경우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이누 마낙 무역정책 팰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역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0% 관세도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므로 전반적으로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