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침체와 연착륙 기로에 선 글로벌 경제…C·R·I·S·I·S에 달렸다[뒷북글로벌]

①China risk…中 부동산 붕괴에 성장률 하락세

②Rate…美 금리인하 시점 물가향방 관심

③Isolation…진영갈등에 무역 단절 심화 우려

④Supply Chain…지정학적 갈등에 산업망도 재편

⑤Immigration…트럼프 재집권땐 이민 강경책 부활

⑥Super Election…美·러·인도 등 글로벌 대선 릴레이





2021년 이후 세계를 뒤덮었던 인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걷히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1년 전 화두가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에 명확하게 쏠려 있었다면 2024년을 앞둔 지금은 지정학적 갈등과 중국의 침체 우려 등 다양한 경제 변수가 추가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불안(China risk),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Rate),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단절(Isolation),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Supply chain) 등을 새해 글로벌 경제의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여기에 미국·유럽의 사회문제로 부상한 이민정책(Immigration)과 미국 대선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 치러지는 굵직한 선거 결과(Super election)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2024년 세계경제가 골디락스를 향할지, 위기(CRISIS)에 가까워질지는 이 같은 주요 변수들의 전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中 하드랜딩 시 美 성장도 타격(China risk)=2021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의 파산으로 시작된 중국 부동산 기업 붕괴는 올해 들어 관련 업계를 넘어 금융산업과 지방정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4~2025년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성장률 목표치(5.0%)보다 낮은 4.0%로 예상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최고아시아이코노미스트인 창 슈는 “우리는 중국 경제가 지난 십수년을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가까운 상태라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글로벌 GDP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만약 중국 경제가 하드랜딩을 할 경우 분기당 미국 성장률도 0.4~0.6%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이라며 “이 경우 미국의 얕은 불황은 깊은 불황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美의 금리 인하 신호 시점·폭 주목(Rate)=그동안 세계 긴축 기조를 주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를 공식 예고한 가운데 세계 중앙은행들은 침체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상황에 놓였다. 금리 인하 시점이 빠르거나 폭이 클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할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반대로 물가 우려에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친다면 불필요한 침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달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내리지 않고) 너무 오래 기다릴 경우의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으며 실기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과 영국도 내년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에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이 내년 6월쯤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서울경제


◇미중 단절 때는 GDP 7% 증발(Isolation=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세계경제가 뒷걸음질 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웰스파고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간 무역이 단절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7.34~7.72%가량 줄어든다. 웰스파고는 “이는 단절이 무역 부문에 그친다고 전제한 경우”라며 “실제로는 외국인 직접 투자나 노동 공급, 기술, 정보 등도 차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미중 간 단절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년 중국 주식·채권시장에서 650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금이 유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략자원 무기화·블록화 긴장↑(Supply Chain)=지정학적 갈등의 여파로 전 세계 산업망이 재편되는 점도 내년 세계경제의 부담 요인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등을 제정하면서 각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시도가 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IRA를 본뜬 EU의 핵심원자재법(CRMA)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까지 ‘전략 분야 국내 생산 촉진 세제’를 신설하며 산업 블록화 경쟁에 나섰다.

관련기사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상호 공급망 무기화 시도는 지속되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산 저가 반도체를 사용하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사실상 범용 반도체도 중국산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로 맞불을 놓았다. FT는 “미국의 조치에 대한 반격의 신호”라며 “글로벌 자원과 기술 공급망 통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또 동맹국 사이 긴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까지 흔드는 이민정책(Immigration)=이민자 대응을 둘러싼 논란은 새해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주요국을 중심으로 첨예한 대립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이민이 사회문제인 미국의 경우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관련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미국·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 수는 이달 들어 하루 약 1만 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로 공화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고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추가 지원 예산안까지 이 사안과 연계돼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이에 맞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경 장벽을 짓자’는 구호를 외치며 문제를 적극 쟁점화하고 있다. ‘반이민’을 핵심 정책으로 내건 그는 집권 당시 멕시코와의 접경지에 대규모 장벽을 세운 바 있다.

서울경제서울경제


혼란스러운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올해 망명 신청자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건을 웃돌 정도로 중동·아프리카 난민 유입이 폭증하면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정치적 후폭풍이 거센 실정이다. 프랑스에서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성년이 되면 프랑스 국적을 자동으로 얻는 ‘속지주의’를 폐지한 개정 이민법이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의지로 이달 19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에 반발한 각료 일부가 사퇴하는 등 전 국민적 반발을 일으켰다. 영국에서도 리시 수낵 총리 주도로 난민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 망명 절차를 밟게 하는 대책을 추진하면서 비판이 크다.

◇50개국 선거…외교·무역 전환의 해=내년 50개국에서 치러지는 대선·총선 등 굵직한 선거도 글로벌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선거가 열리는 지역은 인구 기준 전 세계의 41%, 국내총생산(GDP)의 42%를 차지하며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는 20억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중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벤트는 단연 11월 미국 대선이다. 2020년 대선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보호무역주의와 추가 관세 등 경제정책 전반에서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유럽과의 협력 축소, 우크라이나 지원 철회 등을 주장하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취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그동안의 미국이 보여온 외교 스탠스에서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경제서울경제


이 외에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가 아시아 지정학적 상황과 맞물려 큰 관심을 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여당인 민주진보당이 재집권하면 ‘하나의 중국’을 강하게 내세우는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며 미중 관계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내년 5월 총선을 치르는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선에 도전한다. 그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이달 초 열린 3개 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등 재집권이 유력한 분위기다. 러시아는 내년 3월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이 5선 도전을 선언한 상태로, 선거라기보다는 일종의 ‘대관식’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개의 전쟁이 이어지고 선거가 잇따라 치러지면서 세계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이앤 코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NYT에 “분노한 포퓰리스트들이 승리를 따내면 무역 규제, 외국인 투자 통제, 이민 장벽 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을 약화시키고 경제적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