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동십자각] 트럼프 당선의 교훈, 유비무환

이태규 국제부 차장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우리 관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화됐고 이에 맞춰 외교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도 힐러리 후보의 당선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당시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기성 정치인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서 트럼프 캠프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때서야 트럼프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고 부랴부랴 트럼프 인맥 찾기에 나섰다.

7년도 더 된 과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내년 전 세계에서 대형 선거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11월 미국 대선까지 총 50개국, 인구로 치면 전 세계의 41%(20억 명), 국내총생산(GDP)의 42%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지도자를 선출한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1기 때보다 더 강한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며 수년간 추진돼 온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도 뒤집힐 수 있다. 미중 갈등은 더 첨예해지고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축소될 것이며 중동 분쟁은 더 심화돼 세계 질서에도 격변이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다.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따라 동아시아 및 반도체 등 산업 지형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니켈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2월 대선을 치르며 역시 결과에 따라 자원 정책에도 변수가 생겨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멕시코도 6월 대선을 치러 에너지 및 외국인 투자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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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선거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교훈을 남겼다. 내년 글로벌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유관 부처는 주요 후보의 공약과 성향을 파악하고 해당 캠프 인사와 미리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놓는 대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의 유기적인 협력도 필수적이다. 미리 대비를 해 놓는다면 어떤 변수가 생겨도 우리에게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가 나온 뒤에야 대응하기에는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의 생리가 너무 냉혹하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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