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현실이고 이를 막아야 하는 것도 현실이죠. ‘강대국이 한다는데 어쩔 수 없지’가 아닌 옮고 그름을 분명히 밝히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또 이를 통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도 있어요.”
신간 ‘전쟁과 학살을 넘어’(인물과사상사, 구정은·오애리 공저)의 저자인 구정은 국제전문 저널리스트는 2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쟁범죄를 막기 위해 제재가 필요한 데 이는 일반적으로 인식보다 효과가 크다”며 최근 빈발하는 국제분쟁에 대한 우리만의 판단과 행동을 강조했다.
책은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현재 진행 중인 국제분쟁의 실상을 들여보고 이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저자는 20여 년의 언론 기자 출신으로 2021년부터 독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우리 삶을 바꾸는 국제분쟁에 대한 분석 글을 쓰고 있다.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과 ‘10년 후 세계사’, ‘성냥과 버섯구름’,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등의 전작을 통해 현대세계의 분쟁들을 궁구하고 있다.
그의 글이 학자 출신의 논문과 다른 점은 ‘지금’과 ‘바로 여기’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간 이어지고 다시 팔레스타인 전쟁이 폭발한 지금, 독자들로서는 뉴스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이것은 집단학살 등 반인도범죄로 이어진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 저널리스트는 “지난 세기 중엽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자체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었어요. 최소한 다른 나라를 뺏겠다고 침략하는 경우는 없었죠”라며 “이는 그만큼 전쟁과 반인도범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국가 대 국가의 전면전이 불가능해졌다는 기본 인식은 주권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으로 깨졌다. 이 전쟁이 그만큼 세계에 충격을 준 이유다. 그는 “국가 내에 법이 있는 것처럼 국제사회에도 규범을 세워야 해요. 법이 모든 범죄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를 어느 정도 예방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제재 등 국제규범 강화가 전쟁을 줄일 수는 있죠”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어떤 태도여야 할까. 이런 분쟁들에 개입해야 하는지 아닌지는 국내에서도 여론이 크게 갈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조건 전쟁 참여를 회피할 수는 없어요. 과거 동티모르에 재건부대를 파견한 것은 대표적인 성공사례죠. 하지만 최소한 전투부대의 파견은 여론의 합의를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