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3월부터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서울 100곳의 가정에서 아이를 돌봐주게 된다. 우리 정부의 요청대로 필리핀 ‘이모’들은 육아와 함께 청소·세탁·주방일 같은 가사까지 모두 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2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3월께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시범 사업을 위해 입국할 예정이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와 송출국인 필리핀 정부 간의 협의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9월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공식 제안한 후 약 1년 6개월 만에 현실화하는 셈이다.
양국 간 협약이 체결되면 필리핀이 작성한 구직자 명부에 따라 우리 정부가 고용허가서(E-9 비자)를 발급해준다.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고용부와 서울시가 선정한 민간 관리 업체인 홈스토리생활·휴브리스와 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정부는 만 24세 이상으로 가사 업무 관련 교육을 이수하거나 자격증을 보유하면서 한국어시험(EPS-TOPIK) 및 영어 면접 통과자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입국 후에는 마약류 검사를 진행해 정신질환자나 마약중독자는 선발에서 제외한다. 사유와 형량을 불문하고 범죄 이력이 있어도 안 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사실상 처음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어서 검증된 인력을 선발해 철저히 교육시킨 뒤 현장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입국 전후로 한국어, 문화, 노동법, 고충 처리 등 61시간의 취업 교육을 받는다. 또 민간 관리 업체로부터 가사·육아 관련 기술, 위생·안전 등 기초 실무, 긴급 상황 대응을 포함한 90시간 이상의 심화 교육을 이수한다.
서울시는 이르면 3월쯤 서울 지역 가구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기간은 약 6개월 내외다. 희망 가구가 많으면 만 7세 이하 아동을 양육하는 한부모가정과 다자녀가정이 우선 기회를 받는다. 종일제와 시간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나 정부에서는 가급적 종일제 가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가정이 민간 관리 업체와 이용 계약을 체결하면 업체에 고용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출퇴근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연착륙의 가장 큰 변수는 비용이다. 일당은 원칙적으로는 관리 업체와 가정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필리핀 이모’라고 해도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준수(시간당 9860원), 사회보험 가입 등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월 206만 원 이상이 불가피하다.
맞벌이 부부라고 해도 비용 부담을 적지 않게 느낀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바우처 지원 같은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 고민거리다. 게다가 아직 정서적으로 ‘내 아이를 맡겨도 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진 가정도 많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입장에서도 숙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해 한국의 고물가를 버틸 수 있을지 관건이다. 업무 시간 이외 부분에 대한 관리 문제가 자칫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맞벌이 부부인 한 서울 시민은 “육아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계층은 서민인데 월 200만 원을 지불할 능력이 될지 의문”이라며 “경제력이 된다면 차라리 돈을 더 주고 한국인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