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독립 및 친미 성향의 집권당 후보가 불안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날 대선 후보 방송 토론 직후 TVBS가 유권자 1281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면접 방식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가 33%의 지지율로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30%)에 3%포인트 앞선 선두를 달렸다. 민중당 커원저 후보 지지율은 22%를 기록했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0시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내일부터 선거가 치러지는 13일까지 열흘간 ‘블랙아웃’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앞서 TVBS가 지난해 12월 22∼28일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같은 달 29일 발표한 총통 후보 지지도 결과에서도 라이 후보가 37%의 지지율로 허우 후보(33%)에 4%p 앞섰다. 대만여론재단(TPOF)의 조사에서도 라이 후보가 32.4%, 허우 후보는 28.2%로 약 4%포인트 차이가 났다. 라이 후보가 앞서고는 있지만 여론조사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TVBS가 공표한 지난해 12월 30일 지지율 조사에서 15%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밝혀 막판 부동층의 표심이 당선자를 좌우할 수 있다.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의 중도 포기 여부도 판도를 바꿀 중요 변수다.
만약 라이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1996년 대만에서 민주 선거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한 정당이 3번 연속 총통직을 차지하는 사례가 된다. 대만국립정치대의 황 궤이보 교수는 “라이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독립 문제가 막판 선거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라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유세 과정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면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대만)을 지키지 못한다며 이를 수용한 국민당 후보를 비판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조국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며 "양안 동포는 함께 민족 부흥의 위대한 영광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예년의 신년사보다 강도가 높은 표현이다.
블룸버그는 "전세계 정부와 투자자들이 대만 선거가 이 지역의 불안을 촉발할까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전세계 첨단 반도체의 약 90%를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