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헬스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서 제외되나

"기술 가치 낮은데 수출부담 커"

"국내외 관련소송 악영향 줄수도"

제약바이오協 산업부에 의견 전달


보툴리눔 톡신을 국가핵심기술에서 제외해달라는 제조업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툴리눔 균주의 기술보호 가치가 낮은데 핵심기술로 지정된 탓에 해외 수출 과정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이유다. 하지만 보톨리눔 균주는 극소수로 기술보호 가치가 높은데다 국내외에서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품목 허가를 받은 대웅제약(069620), 메디톡스(086900), 제테마(216080), 휴젤(145020) 등 17개 기업으로부터 지난달 보툴리눔 균주 및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관련 찬반 의견을 취합했다. 협회는 핵심기술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의 심의를 받는다. 전문위원회는 1월 중순께 개최 예정이다.



국가핵심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다.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을 경우 지정된다. 핵심기술을 외국 기업에 수출하려면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위반시 처벌될 수 있다.

관련기사



핵심기술 해제에 찬성하는 기업들은 산업부의 기술자료 보안 심사 탓에 수출에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해외 품목 인허가 때마다 심사에 수 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톡신 자체는 연구개발(R&D)의 산물이 아니라 자연에도 존재하는 균주에 불과하고 제조 공정 역시 논문 등에 공개돼 있어 국가핵심기술로서의 가치가 낮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상업화된 보툴리눔 균주는 극소수에 불과해 기술 보호 가치가 높다는 게 반대하는 기업들의 주장이다. 일반에 공개된 제조 공정은 연구 단계에 한정돼 있을 뿐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정이 다르다는 점도 기술 보호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인허가를 받을 때 과도한 심사 절차가 부담이라면 산업부와 협의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각종 소송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핵심기술 해제를 주장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핵심기술의 경우 재판부에서 기술 유출 등을 더 심각한 문제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웅제약이 경쟁사로부터 보툴리눔 균주 기술을 훔쳤다는 의혹과 관련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사건을 최근 다시 수사키로 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2018년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1심 패소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휴젤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메디톡스와 보툴리눔 균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의 안전성 역시 국가핵심기술 지정의 한 요인이다. 엄중식 가천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양질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만드는 부분과 생산·유통·사용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을 때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국가 단위에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하는 별도의 생물 테러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효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