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브라질의 재정준칙





최근 브라질 정부는 관보를 통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공공 지출 부문에서 ‘적자 제로’를 목표로 하는 2024년 예산안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31일 공포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연간 국세 수입의 사전 예보, 공공 부문의 지출 한도 설정, 올해 선거 자금에 한도 부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의회가 지난달 19일 올해 균형 재정 목표를 추구하되 정부의 비용 절감을 조건으로 일부 재정 적자는 허용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승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해 재집권한 룰라 정부는 빈곤 감축, 공공 부문 투자 등을 위해 재정을 물가 상승률보다 0.6~2.5%포인트 더 늘릴 수 있고 전년도 증가한 재정 수입의 최대 70%까지 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재정준칙을 채택했다. 이전에 물가 상승률까지만 정부 지출을 늘릴 수 있던 것에 비해 재정 적자 위험이 커진 셈이다.



하지만 ‘남미 좌파의 대부’인 룰라 대통령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초재정수지가 지난해 0.5% 적자에서 올해 균형 수지, 내년과 2026년 각각 0.5%, 1.0%의 흑자를 달성하도록 설정했다. 또 기초재정수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전년도 재정 지출 증가율의 50%까지만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재정 적자 급증을 막기 위한 제어 장치를 마련했다. 룰라 정부는 세수 증가와 재정 건전성 제고,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세제 개혁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브라질 의회는 지난달 세법 단순화와 세율 합리화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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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정부 부채는 지난해 8월 기준 GDP 대비 74.4%로 중남미 국가 평균인 49.5%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정부 부채 비율은 3년 전 87.6%에 비해서는 낮아졌다. 2017년 이후 역대 브라질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화 노력 덕분이다. 한국의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가 올해 51.0%에서 2070년 최대 192.6%에 이른다는 것이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이다. 이런데도 재정준칙 도입은 국회에서 또 무산됐다. 총선 승리에만 눈이 멀어 나랏빚 급증 문제는 계속 외면할 것인가.

최형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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