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개소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

서민우 산업부 차장


지난해 6월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종료했다. 개소세는 신차를 구매하면 출고가의 5%를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2018년 7월부터 세율을 1.5%로 낮췄고 이후 3.5%까지 올렸지만 개소세의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인하 혜택을 유지해왔다.

당시 정부의 결정에 대해 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동차 수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내수는 코로나19 충격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 침체에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자동차 할부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자동차 소비는 크게 위축돼 있었다.



소비는 심리다. 지난 5년간 자동차 개소세의 인하 폭은 단계적으로 줄었지만 정부가 쉽게 제도를 없애지 못했던 것도 자동차 소비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이었다.

개소세 인하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효과’가 크다. 차 구매 시 4~7%의 취득세를 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소세를 30%(100만 원 한도) 깎아주는 것은 소비 촉진 요인이다. 완성차 업계에도 ‘개소세 인하 연장’은 매력적인 마케팅 문구다.



개소세 인하 종료 후 6개월이 흘렀다. 세수 결손을 우려했던 정부의 살림살이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국산차 내수 점유율이 90%를 넘는 현대차·기아는 지난해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개소세 인하를 끝내야한다’던 관료들은 어깨를 으쓱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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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내수 판매를 선방한 배경에는 차값 할인과 같은 대규모 판촉 행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위축된 신차 소비를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차를 많이 팔아도 마진이 줄거나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교롭게도 현대차·기아의 국내사업본부는 최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근 임원 인사에서 2명의 본부장이 모두 옷을 벗었고 산하 본부장들도 대거 교체됐다.

‘곳간 지킴이’를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며 반년 전 개소세 일몰을 관철했던 정부는 최근 입장을 바꿨다. 올해에 한해 신차 소비 증진을 위해 노후차를 교체할 때 개소세를 70% 인하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때는 개소세 인하 종료가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얘기일까.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신차 판매 부진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기업은 결과에 책임진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상황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도 그랬으면 좋겠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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