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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투기' 오명 벗어라…분투하는 웹3 게임 업계

"P2E 사행성"…웹3 게임 국내 출시 어려워져

로비 의혹 번진 '김남국 논란'에 이미지 타격

위믹스 재상장…웹3 게임 부활 신호탄 될까

국내 주요 게임사, 논란 피해 물밑 사업 추진

출처=셔터스톡출처=셔터스톡




국내 웹3 게임 업계에 지난 2023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돈 버는 게임(P2E)의 사행성이 인정되며 국내 출시 가능성은 더욱 옅어졌고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를 둘러싼 논란이 P2E 합법화 로비 의혹으로 번지며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 일제히 퇴출됐던 대표적인 웹3 게임 관련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재상장되며 웹3 게임 부활의 불씨가 되살아나기도 했다. 새해를 맞은 게임사들은 갖은 논란 속에서도 물 밑에서 조심스레 웹3 사업을 전략을 정비하며 가상자산 ‘불장’을 기다리고 있다.


P2E 게임 ‘사행성’ 못박은 법원…국내 합법화 ‘가시밭길'


지난해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1월 서울행정법원은 웹3 게임 개발사 스카이피플이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등급분류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P2E 게임의 사행성을 이유로 등급분류를 거부한 게임위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카이피플은 지난 2021년 4월 게임위가 자사 P2E 게임의 등급분류를 거부하자 이에 불복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게임 이용의 결과로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이 지급되는 것은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에서 금지하는 경품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체불가토큰(NFT) 등 가상자산이 접목된 웹3 게임의 사행성을 인정하는 해당 판결로 인해 현행 게임산업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웹3 게임의 국내 출시는 불가하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웹3 게임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유일한 국가다.

로비 의혹에 웹3 게임 뭇매…'투기' 낙인 곤욕


출시길이 막힌 웹3 게임 합법화를 위한 로비가 이뤄졌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시세로 80원 상당의 WEMIX를 비롯해 마브렉스(MBX) 등 웹3 게임 관련 가상자산을 대량 보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발단이다. 김 의원이 가상자산을 취득한 경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게임학회가 WEMIX 발행사 위메이드에 대해 “웹3 게임 합법화를 목적으로 국회 로비를 했다”고 지목하면서 웹3 게임 업계에 불똥이 튀었다. 위메이드와 MBX 발행사 넷마블 대표·임원들은 국민의힘이 대대적으로 조직한 진상조사단에 소환돼 로비 여부를 추궁당했다. 위메이드와 넷마블 모두 로비 사실을 부인했고 진상조사단 역시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조사는 흐지부지됐다. 위메이드는 로비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게임학회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웹3 게임 관련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자체를 문제 삼았던 ‘김남국 논란’은 웹3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이 지난해 5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위메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디센터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이 지난해 5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위메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디센터


'구사일생' 위믹스, 원화거래소 재상장으로 극적 반등


다행히 연말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크립토 윈터’라 불리는 긴 침체기에 빠졌던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하고 가상자산 WEMIX가 업비트를 제외한 모든 원화 거래소에 재상장된 것이다. 빗썸은 “(위믹스 재단은) 거래지원 종료 이후 초과 유통된 위믹스 수량을 회수, 앞서 제출된 자료에 기재된 수량 이내로 유통량을 복구시켰다”며 “거래지원 종료 당시 잘못된 정보가 제공됐던 다트(DART) 공시 등은 분기보고서 정정신고 등을 통해 재안내했고 유통량 정보를 실시간 공개하며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EMIX는 지난 2021년 12월 국내 원화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일제히 상장폐지된 바 있다.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닥사)의 공동 대응 차원이었다. 당시 닥사는 위메이드가 계획된 유통량보다 많은 수량의 WEMIX를 유통(유통량 위반)했다며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그간 위메이드는 대형 게임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웹3 게임 사업을 추진한 곳으로 위메이드가 발행한 WEMIX는 국내 대표 웹3 관련 가상자산으로 꼽혀왔다. WEMIX의 상장폐지 이후 국내 웹3 관련 가상자산이 일제히 급락하며 웹3 게임 시장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그러나 WEMIX가 무리없이 재상장에 성공하면서 게임사가 우려하던 가상자산 발행 리스크가 비교적 완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빗썸 위믹스(WEMIX) 원화 마켓 추가 공지/ 출처=빗썸빗썸 위믹스(WEMIX) 원화 마켓 추가 공지/ 출처=빗썸


'역풍 불라' 조심스런 신년 전략 …넥슨·크래프톤은 본격 참전


가상자산과 웹3 게임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의식한 국내 게임사들은 물 밑에서 조심스레 웹3 게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웹3 게임을 꼽아왔던 기존과 달리 신년사에서 ‘웹3’ 키워드는 자취를 감췄다. 가상자산과 웹3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인 만큼 시장이 완전히 회복하기 전까진 굳이 나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대표가 직접 각종 국내외 행사에 참석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위메이드도 신년부터는 전략을 수정한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투자 비용을 늘리기보다 기존 사업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며 비용 지출을 최소화한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4분기부터 다시 적자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부턴 비용 줄이기에 집중할 것”이라며 “작년까진 국내외 행사에 많이 참가했는데 이제 횟수를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위메이드는 올해 1분기 중 출시되는 ‘나이트크로우’ 글로벌 버전의 출시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 버전은 자사의 기존 인기 게임 나이트크로우에 블록체인을 접목했다. 전 세계적인 성공을 얻은 ‘미르4’를 잇는 웹3 게임 흥행작을 올릴 시점이라는 판단 하에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넷마블도 대외적으론 웹3 게임 플랫폼 마브렉스 사업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중 웹3 게임 신작 1종을 추가로 선보이며 웹3 사업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넷마블의 웹3 게임 출시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웹3 게임 ‘스텔라 판타지’에 이어 두 번째다. 넷마블은 지난해 7월 국내 웹3 게임 프로젝트 가운데 최초로 일본 금융청 화이트리스트에 MBX를 올리며 일본 시장 진출 준비도 마쳤다. 지난해 10월엔 MBX가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자이프’에 상장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도 보라(BORA) 플랫폼의 게임 라인업을 확장한다.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과 수집형 팬덤 게임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보라 생태계 확장을 위해 보라 플랫폼을 업데이트한 보라3.0도 출시 예정이다.

정철호 컴투스홀딩스 대표/ 출처=컴투스홀딩스정철호 컴투스홀딩스 대표/ 출처=컴투스홀딩스


컴투스 그룹은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 유일하게 신년사에서 웹3 게임을 언급하며 웹3 기업으로의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철호 컴투스홀딩스 대표는 "올해는 게임 사업과 하이브 플랫폼 사업, 웹3 사업이 함께 큰 목표를 향해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플랫폼 엑스플라(XPLA)는 새해엔 우선 게임 라인업 확대에 집중한다. 대형 개발사 출신 개발진이 설립한 글로벌 게임사 카보네이티드가 개발 중인 웹3 게임을 엑스플라 플랫폼에서 독점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개발사들의 작품들이 합류할 예정이다. 엑스플라 노드 검증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네오위즈는 웹3 게임 플랫폼 인텔라X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가상자산 지갑 인텔라X 월렛을 소프트런칭하고 1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출시를 준비 중이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올해는 네오위즈가 보유한 게임들을 우선적으로 온보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오위즈 그룹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플랫폼 네오핀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과 디파이 규제 구축을 위한 협업 관계에 집중한다.

출처=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X출처=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X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 비교적 웹3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넥슨과 크래프톤은 올해부터 웹3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블록체인 본부 인력 대부분을 자사 블록체인 사업 계열사 넥슨유니버스로 이동시키며 메이플스토리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NFT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사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45억 원 규모의 게임개발 자산도 넥슨유니버스에 양도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 자체 구축한 블록체인 메인넷 세틀러스 위에 메타버스 플랫폼 오버데어를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다. NFT 거래에 쓰일 메인넷 기축통화도 곧 발행한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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