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50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집중 조명했다.
WSJ는 6일(현지 시간) 김 부회장의 이력과 그가 주도한 불닭볶음면의 탄생 비화를 담은 기사를 실었다.
WSJ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앨버슨 등 대형 마트에 진출해 있고 크로거의 판매대에도 곧 올라갈 예정이다. 지난해 코스피가 19% 상승하는 동안 삼양식품의 주가는 70% 뛰었다. 불닭볶음면 성공의 중심에는 김 부회장이 있다.
극도로 매운 라면에 대한 아이디어는 김 부회장이 고교생 딸과 함께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을 산책했던 2010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한 볶음밥 집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안으로 들어서자 손님들이 그릇을 깨끗이 비운 것을 목격한 것이다.
자신과 딸의 입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매운맛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자 라면 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곧바로 김 부회장은 근처 슈퍼마켓으로 뛰어가 비치된 모든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3개씩 사 각각 연구소와 마케팅팀으로 보냈고 나머지 하나는 집으로 들고 왔다.
최적의 맛을 찾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식품개발팀은 개발에 닭 1200마리와 소스 2톤을 투입했고 전 세계 고추를 연구하고 한국 내 매운 음식 맛집도 찾아갔다.
김 부회장은 “처음 시제품을 시식했을 때 (매워서) 거의 먹지 못했지만 오래 먹다 보니 갈수록 맛있고 익숙해졌다”고 털어놓았다. 2012년 출시 이후 유튜버들이 먹방에 나서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경영이 안정화된 뒤에는 2006년 구성된 신제품 위원회를 주도해 불닭볶음면 신화를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