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가벼운 생각으로 덜컥 혼인신고를 해버린 여성이 이별을 원한다면서 ‘혼인 무효 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나섰다.
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사연자 A씨는 남자친구와 10년 전 대학에서 처음 만나 졸업 후 함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 아까운 점수 차로 떨어지던 두 사람은 시험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어느새 6년의 시간이 흘렀다.
A씨는 시험 준비 중 남자친구를 부모님에게 소개한 적이 있는데, 부모님은 처음부터 남자친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눈앞에서도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등 무시하는 행동이 몇 년간 이어지자 남자친구는 무척이나 억울해 했고, 항의하는 의미로 혼인신고를 하자고 요구했다.
A씨는 법적으로 부부가 되면 부모님이 남자친구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덜컥 혼인신고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혼인신고를 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A씨는 공무원을 포기하고 회사에 들어갔으나 남자친구는 아직도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온라인 게임과 술에 빠져 살고 있다. 남자친구에게 미래가 안 보이자 A씨는 이제 헤어지고 싶음 마음이 들었다. 이에 A씨는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혼인 신고하면 무효가 된다던데, 저도 혼인무효 청구를 할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박세영 변호사는 “혼인은 혼인의 합의와 혼인신고로 이뤄지는데, 이 두 가지가 없으면 혼인은 무효다”며 “혼인 의사 여부는 혼인신고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혼인신고가 적법한 절차로 이뤄진 후 혼인을 유지할 의사를 포기하는 것은 혼인의 무효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혼인의 사회적, 법률적 의미나 효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혼인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해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