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부터 본격화된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이 전년 대비 증가 전환했다. 한국은행은 주택 거래가 위축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점차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연 1%대 금리를 주는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 시행을 앞둔 만큼 지켜볼 필요성이 커졌다.
10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95조 126억 원으로 전월보다 3조 1481억 원 늘었다고 밝혔다. 11월(5조 3550억 원)보다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가계 연말 상여금이 유입되고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적 요인 영향으로 신용대출 증 기타대출이 2조 원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정책 모기지론을 포함한 주담대는 5조 1506억 원 늘면서 11월(5조 7127억 원) 수준에서 크게 줄지 않았다. 은행 주담대는 지난해 3월(2조 3000억 원) 증가 전환한 이후 4월(2조 8000억 원), 5월(4조 2000억 원), 6월(6조 9000억 원), 7월(5억 9000억 원), 8월(7조 원) 등으로 점차 증가 폭이 커졌다. 당국이 부채 관리에 나선 9월(6조 1000억 원)과 10월(5조 7000억 원) 이후로도 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담대가 7개월 연속 5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은행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되는 건 아파트 입주 관련 집단대출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9월 2만 8000호에서 10월 4만 2000호, 11월 3만 9000호, 12월 2만 5000호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월 3만 4000호, 10월 3만 1000호, 11월 2만 7000호 등이다.
한은은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신생아 특례 대출은 금리가 낮은 만큼 수요가 몰릴 수 있겠으나 출산 등 자격 요건이 제한돼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만큼 대출을 늘리진 않을 것으로 봤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1월 이후 주담대는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해 가계대출은 연간 37조 원 늘면서 2022년(-2조 6000억 원) 대비 증가 전환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4조 5000억 원 줄면서 감소세가 이어졌으나 주담대만 51조 6000억 원 늘어난 영향이다. 주담대만 살펴보면 집값이 큰 폭 상승했던 2021년(56조 9000억 원) 수준에 육박한다.
은행 기업대출은 연말 계절적 요인으로 5조 9000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9조 4000억 원) 이후 1년 만에 감소 전환이다. 먼저 대기업 대출은 기업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한도대출 상환 등으로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2조 원 감소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연말 대출 상환 등으로 3조 9000억 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