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이낙연 "민주, 1인·방탄정당으로 변질…새로운 길 나서겠다"

■정치입문 24년만에 민주 떠나

"DJ·盧 정신 사라졌다" 작심비판

"혐오의 양당제 대신 다당제 필요"

중도개혁·분권형 대통령제 제시

이준석 개혁신당 등과 연대에는

"DJP 연합보다 훨씬 가까이 있어"

이낙연(앞줄)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낙연(앞줄)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24년 동안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탈당했다. 민주당에서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당 대표를 지낸 이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고별인사’ 형식의 탈당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DJ)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며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고 민주당의 실태를 분석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보다 반 발짝만 앞서가라고 주문하면서 늘 중도 개혁을 추구했지만 지금 민주당은 중도 개혁의 길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검찰 공화국을 거의 완성했지만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며 제3지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신당의 정책 비전도 공개했다. 우선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했으면 한다”며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에서는 연구개발(R&D) 지원과 규제 혁파로 기업의 도전을 돕고 미래 기술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을 중심에 두면서 중국·일본·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정착시키고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평화와 번영을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최고의 역량을 갖춘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허물어지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제2의 건국’에 나서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관련기사



이 전 총리는 “대한민국은 정치 때문에 잘못되고 있다. 잘못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장에는 신당에 동참하는 청년 정치인 4명과 창당 준비 작업을 돕고 있는 최운열 전 의원이 함께했다.

이낙연(앞줄) 전 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낙연(앞줄) 전 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 전 총리는 설 연휴 전 창당을 목표로 신당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이준석·금태섭·양향자 등 제3지대 세력을 결합한 ‘빅텐트’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과 연대하는 방안도 실행 중이다. 이 전 총리는 “(‘원칙과상식’과) 협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신당의 총선 전략에 대해 “(지역구 253곳에 후보를) 할 수 있는 한 거의 다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양당의 철옹성 같은 독점 구도를 깨는 데 의미 있는 정도의 의석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게 이 전 총리의 설명이다. 따라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최소 20석의 의석 확보를 이번 총선 목표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가칭)의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 등과 손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열정”이라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보다 훨씬 더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민주당 현역 의원 129명은 이 전 총리의 탈당을 강하게 만류하는 성명을 냈지만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한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라며 이들의 ‘통합론’을 반박했다. 다만 측근 가운데 현역 의원이거나 주요 당직을 맡았던 이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에 남아 ‘반쪽’ 탈당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측근인 윤영찬 의원이 전날(10일) 민주당에 잔류했고 이개호·이병훈 의원 등은 탈당 만류 성명에 동참했다. 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배재정 전 의원(부산 사상)과 당 대표 당시 청년최고위원을 지낸 박성민 전 청와대 비서관(경기 용인정) 또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낙연 전 총리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욱 기자


정상훈 기자·박예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