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970년대생의 비정치인 출신 전문가 그룹을 전면에 배치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젊은 피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하려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쇄신 공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11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10명으로 구성된 공천관리위원 명단을 의결했다. 원내에서는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장동혁 사무총장, 이종성 의원이 합류했다. 원외에서는 앞서 영입된 정영환 공관위원장 외에 6명이 공관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6명은 문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유일준 변호사, 윤승주 고려대 의대 교수, 전종학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 회장, 전혜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 황형준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대표 파트너다.
외부 출신 위원 6명 중 4명은 1970년대생이다. 이들은 의사, 변리사, 변호사 등을 거친 엘리트 그룹이다. 기존의 정치에 물들지 않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들을 앞세워 유능하고 참신한 정치를 펴겠다는 한동훈호(號)의 전략을 반영한 인선으로 보인다. 다만 공관위원 10명 중 5명이 법조계 인사(4명은 사법고시 출신, 1명은 로스쿨 학위 보유)라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이들 외부 위원 6명은 총선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정치와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들을 공관위에 포진시켜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깨는 공천을 하려는 한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대목으로 풀이된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중진뿐 아니라 일부 초선들도 물갈이 공천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쇄신 공천을 명분으로 ‘용산발(發) 낙하산 공천’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인 이철규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에 이어 공관위원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 역시 과거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수사 일선에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당내 부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절차적으로 공정하되 이기는 공천’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저는 당에 아는 사람이 없고, 외부에 있는 아는 사람이라도 밀어줄 정도로 멜랑콜리(감성적인)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공천은 공관위원장과 제가 직접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의 의중이 공천에 직접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우”라며 “당을 이끌고 있는 것은 저”라고 일축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총선을 겨냥해 ‘갤럭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IM 부문장)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고 전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고 전 사장은 지난해 말 영입 제안을 한 차례 거절했지만 최근 한 위원장이 다시 요청했다. 고 전 사장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비례대표나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수원무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