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주요 코스피 상장사가 연달아 ‘어닝 쇼크’를 마주한 데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자 코스피가 일주일 내내 추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치와 실제 미국 통화당국과의 격차가 커 다음 주 증시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일 코스피 지수는 5일 2578.08보다 53.03포인트(2.06%) 내린 2525.05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첫 거래일인 2일 코스피는 2022년 6월 2일 이후 최고 수준인 2669.81까지 올랐으나 이후 8거래일 연속 추락하며 144.76포인트를 반납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878.33에서 10.25포인트(1.17%) 내린 868.08에 이번 주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5거래일 내내 순매도세를 이어가며 총 3조 8672억 원을 팔아치웠다. 올해 기관의 순매도 규모는 6조 3504억 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조 7217억 원, 2조 2974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1623억 원, 기관이 1082억 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89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번 주 증시 하락세는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나란히 ‘어닝 쇼크’ 수준의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67조 원, 영업이익 2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 7441억 원이었으나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이익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 원 수준이던 시장 추정치를 크게 밑돈 3382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8만전자’를 목전에 뒀던 삼성전자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7만 6600원이었던 주가는 7만 3100원까지 급락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2조 원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한 점도 주가에 부담을 줬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41만 6000원에서 소폭 하락한 41만 3000원에 이번 주 거래를 마쳤다.
증권 업계는 주요 상장사의 4분기 실적 부진 여파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등의 영향에 다음주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연초 이후 과도했던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정상화되는 과정이 이어지고 미국 및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증시가 하락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미국은 17일 12월 소매판매, 17일 광공업 생산 관련 통계를 발표할 예정인데, 이 중 소매판매가 전얼 대비 0.4% 성장할 경우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채권금리·달러 반등,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005940)은 다음주 코스피 전망치를 2490~2610포인트로 제시했다. 아울러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업종을 추천 업종으로 꼽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잠정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연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소폭 하향 조정됐다”며 “코스피 지수의 본격적인 상승은 지난해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고 올해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충분히 조정됐다는 인식이 형성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