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내가 제일 잘나가"…글로벌시총 5위 노리는 엔비디아[양철민의 아알못]

엔비디아 시가총액 1조3513억$

애플·MS·아람코·구글·아마존 다음

브로드컴·AMD·인텔·퀄컴·TI 합쳐도

엔비디아 시총보다 1000억$ 낮아

젠슨황, 2006년 '쿠다생태계' 조성

GPU성능도 압도…AI열풍에 훨훨





‘인공지능(AI) 혁명’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AI 구동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1위 업체 엔비디아는 지난해 몸값 1조달러를 돌파하는 등 AI 특수에 시가총액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났던 이른바 ‘골드러쉬’ 당시 최후 승자는 ‘금광을 발견한 이들이 아닌, 곡괭이나 청바지를 팔았던 이들’이라는 분석처럼, 현 AI 시장에서는 AI 연산용 반도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승자로 자리매김하는 모스이다.



반면 여타 반도체 업체들은 너무다 빠른 IT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몸값이 정체되거나 뒷걸음질치고 있다. 실제 글로벌 1위 D램·낸드플래시·TV 제조업체이자 글로벌 2위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전문)·글로벌 4위 모바일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업체인 삼성전자는 여전히 ‘7만전자’에 머물러 있다. 2019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반도체 업계 왕좌를 차지했던 TSMC 또한 2022년 초 기록했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와 나머지’로 분류될 정도로 몸값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팹리스 상위 5개사 시총 더해도…엔비디아 못이겨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14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1조3513억 달러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람코, 구글, 아마존에 이어 글로벌 6위를 기록중이다.

이같은 몸값은 브로드컴(5185억 달러), TSMC(4887억 달러), 삼성전자(3695억 달러), ASML(2865억 달러), AMD(2367억 달러), 인텔(1986억 달러), 퀄컴(1560억 달러), 텍사스인스트루먼트(1497억 달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1257억 달러) 등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과 비교할 경우 격차가 상당하다.



특히 종합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 반도체 장비업체 ASML·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을 제외한 팹리스 5개 사(브로드컴·AMD·인텔·퀄컴·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시가총액 합이 1조2595억 달러라는 점에서는 엔비디아의 압도적 시가총액(1조3513억 달러)이 돋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과 함께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매그니피센트7’이라 불리는 이유다.

단순연산이 최고? CPU 보다 귀한 GPU



엔비디아의 몸값 급등은 애초 게임용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GPU의 활용분야가 AI 연구로 확대된 것과 관련이 깊다. 실제 AI 연산시 GPU의 활용은,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GPU를 활용한 인공신경망 모델인 ‘딥러닝’을 바탕으로 2012년 세계 최대 이미지인식경연대회 ‘ILSVRC’에서 우승한 이후 높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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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 빼기와 같은 단순 연산에 최적화된 GPU가 딥러닝 구동시 최적의 컴퓨팅 인프라로 인식되면서, 엔비디아의 몸값도 꾸준히 우상향했다.

GPU가 딥러닝에 활용된 된 이유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단순연산에 최적화 돼 있기 때문이다. 딥러닝은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며, 학습 데이터량이 많아질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구조다. 컴퓨터는 사진과 동영상 등 모든 데이터를 0과 1로 구분하며, GPU는 0과 1을 활용한 단순 사칙연산에 최적화돼 있다(다만 현재 딥러닝 전문가들 또한 딥러닝 알고리즘에 막대한 데이터를 넣고, 컴퓨터가 어떻게 이에 대해 상당히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와 관련한 세부 메커니즘은 알지 못하는 상태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신약개발 AI 플랫폼을 공개하며 연초에도 몸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평균 25억 달러 가량이 소요되는 신약개발 비용을 최대 7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이 같이 GPU 기반의 컴퓨팅 생태계 구축 전략을 2000년대 중반부터 실행해 왔다. 실제 엔비디아는 2006년 일종의 컴퓨팅 플랫폼이자 프로그래밍 모델인 ‘쿠다(CUDA)’를 선보이며, 개발자들이 보다 쉽게 AI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쿠다는 개발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래밍 언어와 호환할 수 있게 해, AI 개발을 보다 빠르게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젠슨황 CEO는 16년 전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미래 로드맵을 공개하기도 했다. 실제 2008년 7월 서울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젠슨황 CEO는 “쿠다를 이용한 프로그램과 GPU가 빠른 미래에 개인 컴퓨터를 슈퍼 컴퓨터로 만들 것이며 쿠다와 GPU가 컴퓨터의 미래를 새로 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AI 개발자들 또한 엔비디아의 GPU의 압도적 성능 외에 프로그램 개발 시 편리함 등을 이유로 엔비디아 제품을 선호한다. 특히 현재 전세계 생성형 AI용 칩 사용량의 80%에 해당하는 트레이닝용 칩은 ‘쿠다 생태계’의 영향력이 막강해, 일부 빅테크를 제외한 AI칩 개발 스타트업 대부분은 추론용 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또한 지난해 2월 “AI 관련 인력들은 하나같이 엔비디아의 GPU와 쿠다를 쓰게 해달라고 한다. SK의 그룹사 사피온이 만든 AI칩을 가지고 AI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하면 쿠다 대비 3배 가량 시간을 더 달라고 한다”며 하소연 한 바 있다. 글로벌 베스트 셀러 ‘칩워’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 또한 “엔비디아의 성공은 GPU라는 특화 칩과 쿠다라는 SDK(소프트웨어개발자 도구)를 결합해 AI 개발자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또한 “추론형 칩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와 붙어도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엔비디아의 GPU 공급 부족 및 고가 논란 등에 따라 ‘쿠다 생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AI 반도체 업계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구글은 지난해 3월 딥러닝 모델 최적화 컴파일러(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바꿔주는 것) 프로젝트 ‘오픈XLA’를 오픈소스로 공유했으며,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나 AI 플랫폼 제공 업체 ‘허깅페이스’ 등도 여타 업체와 연합해 쿠다 생태계에서 벗어난 AI 설계 생태계 구축에 나선고 있다. 일각에서는 PC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의 ‘x86’ 기반의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에 대응해, 소요 명령어를 절반 가량 줄인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간의 경쟁구도가 떠오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현재 IT 업체 대부분이 엔비디아 제품을 기준으로 AI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는데다 엔비디아에서 제공하는 ‘cuDNN(쿠다 딥뉴럴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관련 라이브러리가 쌓여져 있어 타사 AI칩을 기반으로 이를 설계할 경우 개발자들이 번거로워하는 상황”이라며 “AI가 기존 생성형AI에 이어 바이오 등으로 서비스 분야가 확장되면서 엔비디아의 몸값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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