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 기업 경영권 인수 추진 과정에서 관련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하겠다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포렌식을 실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보안 점검 차원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포렌식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명확한 조사 범위를 한정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휴대전화에 담긴 내용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이러한 광범위한 포렌식은 카카오그룹이 경영 쇄신의 일환으로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와 CA협의체가 제보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직원들의 쇄신 목소리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말부터 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사 차원에서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주 대상은 투자 관련 업무와 대외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이다. 회사가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도 이례적으로 포렌식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유럽 최대 택시 플랫폼인 프리나우의 경영권 인수 추진 과정에서 투자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고 판단해 정보가 새나간 경로를 밝히기 위해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부터 프리나우 투자를 위한 검토를 진행해 같은 해 11월 초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프리나우는 프랑스·영국·독일·스페인 등 유럽 11개국 17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택시 플랫폼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추가 성장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유럽 플랫폼 인수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인수 건은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제동을 걸며 암초를 만났다. 투심위는 지난달 회의를 열어 경영권 인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인수 원안을 부결시키고, 프리나우의 서비스 지역 중 관광 수요가 높은 일부 도시 서비스에 대해서만 투자를 추진하라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프리나우 측은 수정된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투자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중순께 경영진 인수 추진 사실이 외부로 유출돼 언론에 공개된 것에 주목하고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포렌식에 나섰다. 임직원들은 회사가 내세운 이유를 일부 수긍하더라도 포렌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회사가 포렌식을 진행하면서 개별 직원마다 동의서를 제출받았는데, 동의서 내용에 포렌식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내용의 범위·조사 기간, 취득 데이터의 활용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다. 마음만 먹으면 회사가 원하는 내용을 모두 열람할 수 있으며 최소한의 사생활 보장도 안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카카오가 경영 쇄신 일환으로 본사와 계열사를 가리지 않고 직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포렌식이 경영 쇄신을 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최근 준신위에 이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준신위 역시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 측에 이러한 방식 포렌식 과정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최근 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되면서 회사에서 진행한 일반적인 차원의 보안 점검을 실시한 것”이라며 “문제가 발생했는데 기업 차원에서 아무 조치도 안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며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구두로 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데이터 처분 기간을 동의서에 명시하는 등 전문 기관을 통해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