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거부권(재의요구권)’ 대상이었던 양곡관리법의 후속법 및 농수산물최저가격보장제 도입 법안을 15일 단독으로 처리했다. 정부·여당은 이를 ‘포퓰리즘’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여야의 극한 대치가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4·10 총선을 앞두고 표심에 매몰된 선거용 입법이 난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 등 6건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들은 2023년 12월 20일 민주당 주도로 농해수위 법안소위원회에서 단독 의결된 뒤 국민의힘 측의 요청으로 안조위에 회부됐다. 이날 안조위 회의에서는 야당안에 반발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윤준병·신정훈·이원택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출신의 윤미향 무소속 의원만 남아 의결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번에 의결된 법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되자 관련 내용을 수정해 재발의한 것이다. 새 개정안은 앞서 논란이 됐던 정부의 시장격리 의무화 관련 조항을 제외하는 대신 농협협동조합 등의 매입 조항을 담았다. 쌀값이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정한 기준보다 떨어질 경우 농업협동조합 등을 통해 일정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정안도 사실상 정부의 시장 개입 조항을 담고 있다며 법안을 반대했다. 정부도 해당 방안이 도입되면 많은 국가 재정을 소모할 수 있고 쌀의 과잉생산을 불러일으켜 장기적으로는 쌀값의 과도한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안조위원인 이달곤·정희용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야당의 방안은) 쌀 시장을 완전히 정부 통제 안에 넣자는 것 아니냐”며 “쌀 시장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의 반대가 컸다. 해당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직전 5년의 평균 가격 등 기준가격에 못 미칠 경우 경우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는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총선용으로 입법권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민주당이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및 농안법에는 혈세가 얼마나 투입될지에 대한 비용 추계조차 담기지 않았다. 현시점에서 생산량과 수요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이달곤 의원은 “여야 합의가 아닌 날치기 심사”라며 “선거가 급해서 (민주당이) 저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