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업 지원을 위해 공공 계약의 선금 지급 한도 비율을 기존 80%에서 100%로 올린다. 고금리, 부동산 시장 침체, 원자재 값 상승 등 최근 건설업 ‘삼중고’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국고금 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 부처, 공공기관 등 국가와 체결한 공사·제조·용역 계약에 한해 선금 지급 한도를 기존 계약 금액의 80%에서 100%로 인상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기재부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선금 지급 한도 비율을 70%에서 80%로 10%포인트 올린 바 있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달 25일까지다.
정부가 선금 지급 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건설 경기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건설 업체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면)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월 대비 4.1% 줄었다. 건축공사(-3.0%)와 토목공사(-7.3%) 실적 모두 줄었다. 건설 수주 역시 감소해 향후 건설투자 부진을 예고했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를 통해 “건설투자 부진 우려 등 경제 부문별로 (경기) 회복 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짚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성연구원(KIC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3.37로 3년 전인 2020년 11월(120.2)보다 약 27.6% 치솟았다. 그만큼 공사를 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늘었다는 의미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을 기점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과제로 ‘건설 경기 활성화’를 꼽은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있다. 경방에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6조 4000억 원의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방안 등 건설업 지원책이 대거 담겼다. 기재부 측은 “최근 원자재 값 상승, 고금리 등으로 건설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선금 지급 한도를 높이면 건설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이르면 올 3월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행령 개정은 입법예고 후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 시점은 법제처 등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