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차로 30분 달려 도착한 SK(034730)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TES) 공장. 폐기 대상이 된 서버와 노트북·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기기가 탑처럼 쌓여 있는 가운데 직원들은 데이터 삭제 작업에 한창이었다. 전자기기 재활용을 전문으로 해온 이 공장의 고객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테슬라·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네바다주에 둥지를 틀자 SK에코플랜트는 이 공장을 북미 지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오종훈 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네바다주에는 북미 유일의 리튬 광산이 있어 전기차 전 밸류체인 관련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며 “이곳에서 발생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네바다주와 직접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는 SK에코플랜트가 폐자원에서 희소금속을 뽑아내는 도시 광산 사업을 위해 2022년 1조 2000억 원에 인수한 리사이클링 전문 회사다. 싱가포르를 기점으로 전 세계 23개국에 46개 사업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테스는 전기차 폐배터리의 리사이클링 사업을 키우기 위해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라스베이거스 공장은 물론 전 세계 거점을 활용해 2027년까지 전기차 폐배터리 25만 개 이상을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매출을 전체의 20%에서 40%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오 CSO는 “물류·거점·인허가 등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진출을 위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며 “니켈·코발트 회수율이 97%로 기술력도 완비했다”고 말했다.
테스는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뿐만 아니라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도 리튬 추출에 나설 계획이다. 오 CSO는 “미국에서 일부 기업과 협약을 맺고 리튬 추출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파일럿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스의 주력 사업인 IT자산처분서비스(ITAD)도 확대해 나간다. ITAD에는 전자기기에 저장된 정보 파기뿐만 아니라 전자기기의 재사용·재활용을 포함하고 있다. 테스는 폐기물 규제와 관련해 다수의 인허가를 확보하고 고객사에 완벽한 정보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톱3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오 CSO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산업 활성화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더욱 커지고 ITAD가 필요한 물량도 지속 확대될 것”이라며 “버지니아주에 ITAD 시설을 추가로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준공 예정으로 대형 고객들을 유치·선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