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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모펀드의 대기업 사냥은 계속된다

이충희 투자증권부 기자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오스템임플란트, 남양유업(003920).’

업종이 다른 국내 중견기업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최대주주는 원치 않았으나 그들이 결국 회사를 판 역설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오너들은 지금도 그때의 결정을 아쉽게 여긴다고 한다. 그들은 왜 수십 년간 일군 기업을 넘겨줘야 했을까.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은 개인 회사로 수수료를 받는 행위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았다. 2000억 원대 횡령으로 흔들린 오스템도 행동주의의 표적이 됐고 당국의 조사에 중심을 잃었다. 갑질 사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 한 방에 훨씬 큰 부정적 여론에 휩싸였다.



짧은 역사지만 한국의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 소수 지분을 인수한 뒤 문제를 제기하고 소액주주와 연합하는 전략을 펴왔다. 에스엠과 오스템은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 여겼던 이들의 공격에 방어선을 속수무책으로 내줬다. 행동주의가 시작은 아니었지만 남양유업 매각도 비슷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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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시장에서는 판의 크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말들이 많다. 자본력을 키운 대형 사모펀드(PEF)들까지 행동주의 전략에 올라타고 있어서다. 대형 펀드들은 약점이 분명한 기업에 여론전을 펴고 직접 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 제대로 보여줬다. 이때 최대주주의 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투자은행(IB)의 한 관계자는 “회사 오너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외부 자본에 힘을 빌릴 생각을 한다. 그때가 타이밍”이라며 최근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000240)(옛 한국타이어그룹) 인수 시도가 이를 증명한다. 비록 실패했지만 문제가 있다면 대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올 초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에 돌입한 태영건설(009410)도 계열사 여럿을 채권자인 KKR에 내줄 위기다. 외부 공격에 힘겨운 경영권 방어를 하던 현대엘리베이(017800)터도 지난해 H&Q코리아로부터 3000억 원을 조달해 일단 급한 불을 껐다. OCI(456040)한미약품(128940)도 이런 기류에 불안감을 느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행동주의 세계에서 약점이 있다는 것은 외부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부도덕한 경영을 해왔거나 재무가 불안한 기업, 분쟁의 씨앗이 있는 기업들은 타깃이 될 것이다. 자본력을 키운 사모펀드는 지금도 숨죽인 채 먹잇감을 찾고 있다.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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