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글로벌 경기·교역 둔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해 10월 3.3%로 제시했던 올해 글로벌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홍해 안보 위기까지 겹쳐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재계와 학계의 경기 판단도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앞섰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양적 긴축에 따른 금융 리스크와 지정학적 요인이 향후 2년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보스에서 발표된 두 설문 조사에서 글로벌 CEO들의 45%, 세계 경제학자의 56%가 각각 올해 경기 둔화를 예상했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통화 긴축, 두 개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 동시다발적인 악재에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시각은 낙관적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월 경제 동향’은 반도체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18일 낸 보고서에서 중장기적 글로벌 교역 둔화를 우려하면서도 “정보기술(IT) 경기 반등, 주요 교역 상대국의 수입 수요 회복에 힘입어 수출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달 1~10일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1.2% 증가하고 대(對)중국 수출도 20개월 만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출에 거는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의 실적 개선에 취해 장밋빛 낙관론을 펼 때가 아니다. 중동 분쟁이 주변국으로 번지고 각국에서 선거를 의식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릴 경우 반도체 산업 회복만으로는 수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5.2%에서 올해 4.5% 안팎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주요 국제기구들의 전망도 수출을 낙관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산적한 변수들을 넘어서려면 민관이 원팀이 돼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수출 증대를 위해 뛰어야 한다. 기업은 적극적 투자로 초격차 기술 확보와 품질 개선, 수출 시장·품목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도 수출 영토 확장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수출금융 지원 확대,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 혁파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