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다른 직장으로 옮기려는 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 가운데 1명가량이 법무법인(로펌)으로 취업하려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로펌들 사이에서 경찰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인사혁신처의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취업 심사를 신청한 경찰관 122명 중 44.2%에 해당하는 54명이 법무법인행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엑소더스’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한 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21년부터다. 2020년에는 252명 가운데 10명(4%)에 불과했던 법무법인행 경찰관들이 2021년에는 전체(195명)의 25%에 해당하는 49명으로 늘었다. 2022년에는 109명 중 47명(45%)이 로펌행을 택했다. 지난해 역시 역대 최다 인원인 54명이 법무법인으로 가기 위해 취업 심사를 받았다.
로펌행 경찰관의 증가 현상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로펌과 경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의 수사권이 대폭 확대되자 로펌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경찰 전관을 영입하려 하고 경찰관들은 업무가 가중되자 처우가 비교적 좋은 로펌으로의 취업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경찰의 ‘허리’ 역할을 하는 일선 경찰서 팀장급인 경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체 법무법인행 신청자 54명 중 40명(74%)이 경감이었다. 지난해 109명 중 22명(46.8%)이 경감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가장 경찰 전관을 많이 섭외한 법무법인은 법무법인 YK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81%에 해당하는 44명이 YK로 가기 위해 취업 심사를 받았다.
이미 이탈한 경찰이 늘면서 최근에는 취업 가능 비율이 다소 주춤하다. 여기에는 경찰이 취업 심사에 대한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응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47명 중 36명이 취업 가능 또는 승인 판단을 받았고 11명(23.4%)만이 취업 제한이나 불승인 처리됐지만, 올해는 취업 제한 및 불승인을 받은 경찰관이 23명(42.6%)에 달한다. 특히 변호사 자격으로 취업 심사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로펌행 신청 인원은 모두 취업이 제한되거나 불승인 판단을 받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상황에서 로펌이 경찰 실무자 출신 인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또한 경찰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에 로펌으로 넘어가려는 인력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