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유 회사인 엑손모빌이 높은 수준의 친환경 경영을 요구하는 주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제안이 과도해 회사 이익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엑손은 텍사스지방법원에 ‘아르주나 캐피털’과 ‘팔로디스’의 제안이 올 5월로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에 오르지 않게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엑손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극단적인 의제를 추구하고 있고 지금보다 엄격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채택하는 것은 회사의 사업과 주가에 해로울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엑손이 주총 안건을 배제하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주나캐피털과 팔로디스는 엑손을 포함한 주요 정유사들이 보다 엄격한 기후 목표를 채택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엑손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스코프3(Scope3)’ 목표를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스코프3는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억제 기준이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기업이 공급망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출까지 포함한다. 현재 서방 5대 정유사 중 스코프3를 채택하지 않은 곳은 엑손이 유일하다. 이에 엑손은 5월 주총에서 스코프3 안건을 제외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사퇴한 비벡 라마스와미 등을 포함한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ESG 투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점점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공식 성명에서 ESG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며 “월가에서도 한때 인기를 끌었던 일부 ESG펀드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