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클래식의 키워드 중 하나는 ‘상주음악가’다. 금호아트홀은 피아니스트 김준형을, 마포아트센터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을 상주음악가로 선정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조성진을 올해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했다. 상주음악가는 경력 있고 실력이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주로 맡아 한 공연장의 얼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롯데콘서트홀이 발탁한 올해의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 음악가)는 2006년 생 천재 첼리스트 한재민이다. 최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재민은 “음악 안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최연소라는 타이틀에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며 “공연장의 얼굴인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민은 다섯 살에 첼로를 시작한 후 최연소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2021년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 이어 2022년 윤이상 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한재민은 올해 자신이 직접 기획한 두 차례 공연을 선보인다. 3월 27일에는 무반주 첼로 리사이틀로 2000석 무대를 채운다. 존 윌리엄스의 세 개의 소품, 가스파르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무음곡, 리게티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등을 선보이는 한재민은 “이번 공연의 메인 디쉬는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라며 “제 성향과도 잘 맞고, 제가 세 손가락 안에 꼽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첼로는 솔로로 충분히 매력 있는 악기”라며 “올해 가장 꿈꾸는 연주 중 하나”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10월 30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티,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트리오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를 연주하는 한재민은 “꼭 해보고 싶던 곡”이라며 “조용하고 쓸쓸하게 끝나 가슴에 깊고 오래 남는 곡”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이날 한재민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트리오 엘레지 1번과 드보르작 피아노 트리오 4번도 연주한다.
지난해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와중에도 끝없는 공연 스케줄을 소화한 한재민은 올해도 누구보다 바쁜 1년을 보낼 예정이다. 올해 로잔 챔버 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 등과 삼중 협주곡 연주가 예정되어 있고, 영국과 독일에서도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준비 중인 12월 음악 축제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한재민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제 정체성과 색깔, 음악을 찾아가는 1년이 될 것 같다”며 “이번 상주 아티스트 활동이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