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지지율 15%’에서 대량 탈당 사태까지…황혼기의 ‘원내3당’ 정의당

한때 20석, ‘명실상부’ 제3당…이후 반등없는 몰락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 결정이 몰락에 쐐기 박아

세대교체 실패…특정 계파 ‘당직 독식’으로 이어져

특정 계파 독선에 구성원 간 자유 토론은 실종

당원 이탈 이어지며 풀뿌리 조직도 사실상 와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최근 주요 인사의 잇따른 탈당으로 긴 역사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의당에서는 현역 의원을 비롯해 장기간 근속한 및 당직자들의 탈당이 이어졌다. 당 내부에는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만연하다.


◆지지율 15%의 기억


정의당에 유의미한 전성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대 국회 시절인 2018년에는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며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노회찬 의원이 작고한 직후 지지층 결집으로 15%(2018년 8월 1주, 갤럽)의 지지율도 기록했지만 지금은 지지율 2~3%의 군소 정당이 됐다. 이에 지도부는 지난해 6월 ‘혁신 재창당’을 선언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같은 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83%라는 초라한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에 그쳤다.

뒤이은 총선 전망마저 암울해지자 지도부는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 구축을 공식화했다. 비례대표 의원명부의 선순위에 녹색당 소속 의원들을 배치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한 정의당 출신 인사는 이에 “원내정당으로서의 생존조차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허탈감을 숨기지 않았다.


◆‘독선’으로 변질된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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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을 해체 수순으로 몰아넣고 있는 ‘선거연합정당 구성’ 결정은 지난해 6월 전국위원회 이후 계속된 재창당 노선 갈등에서 당내 거대 계파의 이해가 반영된 결과다.

정의당은 노회찬·심상정의 뒤를 잇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하는 데에 실패했다. 리더십의 부재가 길어지자 당 의사결정 기구에는 거대 계파 소속 인사들이 포진했다. 그러자 계파에 속하지 않았던 일반 당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로는 사라졌고, 지난해 여름을 시작으로 집단 탈당이 이어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의당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지방의회 의원들을 적극 공천했어야 했다”며 “현재 난국의 기원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정당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해 당 내 인재 활용을 등한시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잃어버린 풀뿌리 조직, 그리고 동시대성


일반당원의 이탈이 초래한 ‘풀뿌리 조직’의 와해는 정의당의 지속 가능성까지 건드렸다. 정의당 부대표를 역임한 한 인사는 통화에서 “탈당자가 많아지다 보니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기보다는 조직된 의견 그룹이 당 여론의 주도권을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원들이 줄다 보니 당내 공론의 장도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며 “풀뿌리 조직이 무너지면서 지도부의 토론 말고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경로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당원들이 새롭게 유입되지 않으면서 리더십의 혁신도 멈춰섰다. 류호정 의원은 “현재 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는 업데이트가 안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류 의원은 “지금처럼 다양성이 폭발하는 사회에서 상대방을 척결한다는 태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 않느냐”며 “자꾸 옛날로 돌아가겠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유정균 기자 even@sedaily.com


유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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