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비행 중 동체 파손 사고를 일으킨 여객기와 관련해 고객사들로부터 거센 비판과 함께 경영진 교체 요구까지 받으며 사면초가 상황에 처했다. 안전 당국 역시 사고 여객기와 유사한 기종에도 안전 점검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는 등 보잉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 시간) “보잉에서 계속 제조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실망스럽다”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새 항공기 주문을 재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나이티드항공이 계획했던 맥스10의 대량 주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사고 여객기인 보잉 737맥스9을 가장 많이 보유한 항공사로 총 79기를 운용하고 있다. 사고 후 해당 기종의 비행이 금지되면서 운항 일정 수백 건이 취소됐다. 커비 CEO는 보잉 측에 경영진 개편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비행기 사고를 겪은 알래스카항공의 벤 미니쿠치 CEO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사고 맥스9을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볼트들이 느슨한 상태인 것을 발견했다”며 “화가 나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알래스카항공은 유나이티드항공 다음으로 보잉 여객기를 많이 보유한 미 항공사다. 미니쿠치 CEO는 “보잉 고위 관계자들과 매우 강경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나의 요구는 보잉이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밝히는 것)”라고 덧붙였다.
보잉은 이달 5일 승객 177명을 태운 여객기의 도어플러그가 이륙 후 갑작스레 뜯겨나간 위험천만한 사고로 제품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전날 맥스9과 동일한 부품이 쓰인 이전 모델에 대해서도 안전 점검을 실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보잉 측은 “우리 항공기들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품질과 성능 향상을 위한 종합 계획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