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폐기한 손상화폐가 4억8385만장으로, 액면가는 3조8803억원 규모라고 24일 밝혔다. 지폐와 동전은 모두 '장' 단위로 통일했다.
전년(4억1268만장·2조6414억원)보다 7117만장(17.2%) 증가한 수치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줄었던 대면 상거래가 점차 회복됐고, 2009년부터 발행한 5만 원권의 유통 수명(15년 내외)이 다한 결과로 분석됐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한은의 환수 금액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도 있었다.
또 불에 탔거나 습기로 인해 발생한 손상화폐도 다수였다.
지난해 손상화폐 중 교환이 이뤄진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서울에 사는 이 모 씨는 자택 화재로 탄 지폐 1910만원을, 전남에 사는 홍 모 씨는 땅속에 묻었다가 습기로 부패한 지폐 1548만원을 각각 정상 지폐로 바꿨다. 또 인천에 사는 이 모 씨는 습한 장소에 장기간 보관하여 부패한 지폐 1972만원을 교환했다.
한은은 지폐가 손상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의 전액으로,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으로 교환해 준다. 동전은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 판결이 어려울 경우 교환해 주지 않는다.
이렇게 헌 돈을 버리고, 새 돈을 찍는 데 드는 비용은 매년 1200억 원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해 손상화폐를 대부분 소각 방식으로 폐기했으나, 일부 재활용을 시도하기도 했다.
현대미술 작가의 요청을 받고 작품 재료용으로 잘게 자른 지폐 1500kg을 지원했고, 폐기물 재활용 연구 등의 용도로 300kg을 제공했다.
한은 관계자는 "손상화폐를 콘크리트 보강재 등의 재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며 "올해 외부 기관과 협의해 재활용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폐기한 화폐를 전부 옆으로 나란히 늘어놓으면 총길이가 6만2872km로, 경부고속도로(415km)를 76차례 왕복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또 이를 위로 쌓으면 총 높이가 14만159m로, 에베레스트산(8849m)의 16배, 롯데월드타워(555m)의 253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