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품 거래 플랫폼으로 만들겠습니다.”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시크(CHIC)’의 운영사인 팹의 김건호 대표는 최근 서울 성동구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명품 거래의 근간은 신뢰"라며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 3월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의 자회사가 된 팹은 같은 해 6월 시크를 출시했다. 시크는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 지 1년만인 지난해 7월 누적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월 평균 거래액은 100억 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네이버가 시크 운영을 위해 영입한 뷰티·소비재 사업 전문가다. 화장품 제조·판매사 알엘에이피의 공동창업자로서 화장품 브랜드 ‘로벡틴’을 출시·운영했고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는 소비재 전문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시크는 신뢰성 확보를 최우선하고 있다. 시크에서 명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계좌·신용카드·주소·사기 내역 등 총 5단계의 인증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자체 검수센터 ‘시크랩’에서 정품 여부를 판단하고 상품 등급을 확인한다. 시크랩을 거친 제품이 가품으로 판정되면 구매 가격의 300%를 보상한다. 자체 검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가품으로 확인되면 구매자에게 상품 가격의 100%를 보상한다. 김 대표는 “시크는 다른 채널과 달리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팹은 네이버 계열사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소비자간거래(C2C) 사업을 영위하는 크림의 제품 검수 노하우와 스노우의 카메라 기술력을 활용해 상품 이미지에서 배경을 제외하고 피사체의 외곽선만 따는 기술도 구현했다. 김 대표는 “크림이 전수한 검수 노하우는 브랜딩 측면에서 도움이 됐다”며 “스노우의 카메라 기술로 타 플랫폼 대비 선명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전했다.
팹은 시크의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 영국 명품 거래 스타트업 ‘오픈 포 빈티지’의 상품을 시크 앱을 통해서 구매할 수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해외 앱을 이용하지 않고도 전세계 명품 빈티지 매물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러 가지 결제 수단으로 나눠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축적한 상품 사진 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을 도입해 검수 전 필터링하는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팹은 지난해 말 모회사 크림과 딜리버리히어로로부터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은 검수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검수 결과를 더욱 정교하게 받아볼 수 있는 리포트 개발에 투입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크림이 지난해 10월 경영 통합을 결정한 일본의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 운영사인 소다를 전초기지로 삼고 일본 시장을 가장 먼저 두드린다. 김 대표는 “중고 명품 거래에서 확실한 1위 입지를 구축하겠다”며 “시크가 발굴한 아시아의 많은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