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와 SAP 등 외국계 소프트웨어 대기업이 장악했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에 국내 기업이 속속 발을 들이고 있다. 기존 B2B SaaS 시장은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굵직한 업무 체계를 소프트웨어로 만든 서비스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채용·노무·성과 관리 등의 분야로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클라우드 인프라 발달로 큰 자본 없이도 전국 단위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B2B(기업 대 기업) SaaS 산업이 활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는 레몬베이스(임직원 성과 관리 솔루션), 그리팅(채용 관리 솔루션), 플렉스(인사·노무 관리 솔루션) 등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SaaS를 대기업을 비롯한 각종 기업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레몬베이스는 임직원 성과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우아한형제들, 요기요, 버킷플레이스('오늘의 집' 운영사)를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GS건설 등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의 강점은 조직 구성원 전원이 전사적 목표와 개개인의 업무 계획을 실시간으로 공유 받고 피드백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에 있다. 실시간으로 목표가 공유되고 이에 대한 평가가 진행돼 피드백에 대한 수용 정도도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채용 일정과 지원자 관리 등 채용 프로세스 전반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 ‘그리팅’은 LG디스플레이·넥슨·한화생명·KB증권·쏘카·직방 등이 사용 중이다. 잡코리아·원티드·링크드인 등 산재된 채용 사이트에 한번에 공고를 올리고, 번거로울 수 있는 지원자 약속 조율 등을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할 수 있는 점이 각광을 받고 있다. 플렉스는 근태 관리, 전자 결재 등을 ‘올인원’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로 SK·CJ·KT그룹 등 대기업에서 활용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산업계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데에는 앞서 이뤄진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영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2010년대 중반 클라우드 인프라가 마련되면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서버 구축 없이도 각종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 SI(외주 시스템 구축) 업무에 머물렀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SaaS 기업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