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닥사)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던 갤럭시아(GXA)의 상장폐지를 두고 닥사 소속 거래소들의 결정이 결국 엇갈렸다. 빗썸은 GXA 상장폐지를 결정한 반면 고팍스는 갤럭시아 재단이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수행했다고 판단, 유의종목에서 해지한 것이다. 닥사 설립 이래 닥사 소속 거래소들은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가상자산 재단으로부터 동일한 소명자료를 받고 있지만 같은 자료를 두고도 두 거래소가 완전히 상반된 결론을 내면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이날 오후 3시부로 GXA를 최종 상폐했다. 갤럭시아 재단이 빗썸을 상대로 제출한 거래지원 종료(상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이날 기각됐기 때문이다. 빗썸은 지난 10일 GXA 상폐를 결정했다. 갤럭시아 재단이 GXA 유의종목 지정 이후 제출한 소명자료와 후속 대처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재단은 이에 불복해 지난 22일 상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또 다른 닥사 소속 거래소 고팍스는 지난 26일 GXA 유의종목 지정을 해제했다. 고팍스는 “갤럭시아 재단이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판단했다”고 유의 해제 사유를 설명했다.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빗썸의 판단과는 정반대로 재단의 소명이 충분했다고 본 것이다.
앞서 고팍스는 지난 10일 재단의 1차 소명 결과 기관 신고 등 후속 대처를 우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유의종목 지정을 연장했다. 이후 10여일만에 유의종목을 해제했다. 갤럭시아 재단 관계자는 “유의종목 지정 이후 두 거래소에 제출한 소명자료는 동일했다”며 “고팍스 유의종목 연장 후에 진행한 소각 내용에 대해서도 두 거래소에 모두 제출했다”고 전했다.
두 거래소가 동일한 소명자료를 두고 정반대의 판단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GXA 가격은 빗썸과 고팍스가 상반된 결정을 내놓을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며 크게 출렁이고 있다. 빗썸 최종 상폐가 결정된 이날 오후 3시 기준 GXA 가격은 전날 대비 55.88% 내린 0.001482달러다.
이에 일각에선 ‘닥사 무용론’까지 퍼지고 있다. 닥사는 지난 2022년 테라·루나 사태 이후 거래소 간 통일된 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출범한 원화마켓 거래소 자율규제 협의체다. 테라·루나 폭락 당시 거래소마다 각기 다른 대응을 내놓으면서 가격 변동성이 가중되자 여당은 당정간담회를 열어 원화마켓 거래소 간 협의체를 만들도록 주문했다. 이후 원화 거래소들은 닥사를 통해 가상자산 재단으로부터 동일한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각 거래소의 결정에 간극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닥사 차원에서 가상자산 상장 및 폐지에 관한 거래소 공통 가이드라인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갤럭시아 사태로 거래소 공동 대응을 위한 닥사의 역할이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한 자료를 기준으로 한 판단이 극명하게 갈린 이유에 대해 거래소에선 이렇다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상장·상폐 심사 근거에 대해선 어떤 이유에서든 비공개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게 거래소들의 입장이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결정에 논란이 거듭되는 상황에도 닥사는 거래소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닥사 관계자는 “가상자산 상장·상폐는 거래소 자율에 맡기는 영역”이라며 “법정 기관이 아닌 이상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