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운다 한참 묵묵히 섰다 돌아와 뒤척대다 잠들었다.
아침 상머리 아이도 엄마도 웬 울음소리냐는 거다 말 꺼낸 나마저 문득 그게 그럼 꿈이었나 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 길에 슬쩍 보니 바로 거기, 한 사내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동그마니 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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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에 맺힌 것 아침 이슬인 줄 알았더니 누군가의 눈물이었군요. 내가 무심히 보낸 밤이 누군가에게는 막막한 심연이었군요.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니, 지구의 자전에 필요한 슬픔의 총량이라도 있는 걸까요. 날마다 밤을 낮으로 바꾸는데 몇 명의 울음이 필요할까요. 오늘은 숙연하지만 내일은 위안도 되겠군요. 내가 슬픔의 당번이 되었을 때 말이죠. 울음 주머니 텅 비우고 나면 개운하게 웃을 수도 있겠죠. 아무도 웃지 않는 낮도 없을 테니까요. <시인 반칠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