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4천개 넘어선 부실 기업…구조조정 타이밍 놓치지 말아야


외부 회계법인의 정기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중 부실 업체 수가 4000개를 넘어섰다. 한국경제인협회가 31일 발표한 ‘기업 부실 예측 모형을 통한 2023년 부실 기업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업을 제외한 외감 기업 3만 6425개 사 가운데 11.7%에 달하는 4255개 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또 외감 기업의 평균 부실 확률(정상 기업이 부실 상태로 전환될 확률)도 2019년 5.33%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7.92%에 달했다. 평균 부실 확률 급등은 기업들의 재무지표가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업의 부실 확률은 2019년 2.6%에서 지난해 6%로 4년 새 두 배 넘게 올랐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어음부도율이 0.23%를 기록해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은 2022년 5.1배에서 지난해 상반기 1.2배로 급락했다. 기업 부실이 금융 리스크로 전이되면 수습하기 어려운 경제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러잖아도 은행들의 기업 대출 건전성이 심상치 않다. 2022년 12월 0.3%였던 은행권의 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11월 말에는 0.6%까지 치솟았다.



한계 기업을 제때 솎아내지 못하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부실 기업은 건강한 기업의 성장까지 막는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조짐을 보이는 반면 지난해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1.4% 줄어드는 등 2년째 감소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기업의 부실과 부채 리스크가 실물경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 위기를 촉발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옥석 가리기에 최대한 속도를 내 일시적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알짜 사업체는 지원해 살리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 기업은 가려내 정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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