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나랏빚 관리냐, 한은 돈풀기냐' 논란

[이창용 '금중대' 확대 시사]

국가부채 안늘리고 中企대출 가능

한은, 경기지원 고민 담긴 해법

정부재정과 달리 국회심사 안거쳐

오남용땐 인플레 자극할 우려도


올 3분기 전후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 이유를 두고 시장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긴축 기조에서 선회해 경기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와 함께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긴축에 대비해 취약 계층 지원을 늘리기 위한 준비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은은 공식적으로 이 같은 분석에 선을 긋고 있다. 당장 금중대를 늘릴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이날 발언에도 제로금리 하한에 직면할 경우라고 전제를 붙였다.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한은은 지난달 11일 금중대를 통한 9조 원 규모의 중소기업 특별 지원을 발표하면서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취약 업종 및 지방 소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 및 조달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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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설명을 감안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경우 금중대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총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대되는 상태에서 제때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아 영세 기업이나 지방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질 경우 금중대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한은은 30조 원 한도의 금중대를 운용 중이다.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재정 건전성 악화를 피하면서 핀셋 지원을 원한다면 금중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총재는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선진국처럼 양적완화(QE)를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부 재정을 계속 쓰면 부채비율이 증가해 국가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잇단 감세 정책 발표에도 윤석열 정부가 큰 틀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식으로든 금중대 확대 논의가 가능한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수는 “섣불리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뛸 우려는 크고, 그렇다고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어려운 경기를 외면할 수는 없는 한은의 고민이 담긴 조치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저출생·고령화로 구조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금중대 활용 확대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한국의 중립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금중대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는 분석이 있다. 중립금리는 물가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수준에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이 총재는 “미국은 추세적으로 하락해왔던 중립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 요인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 대내 요인 때문에 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중대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맞선다. 정부 재정과 달리 금중대는 국회의 심사 등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은이 오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정부의 입맛에 맞춰 마구잡이로 돈풀기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이 발권력을 남발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 같은 이유로 한은의 금중대 규모 확대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조윤제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최근의) 통화정책 기조와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금중대 확대 운용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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