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에 뿌리를 둔 독일인들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유럽의회 선거는 물론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도 출마를 선언했다.
독일 기성 정치권은 이들이 튀르키예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AKP)의 분파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민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목표가 자칫 극단주의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다.
다양성과 각성을 위한 민주동맹(DAVA)이라는 이름의 이 정당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계 사업가 테이피크 외즈잔(53)이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사회 전반의 불평등한 대우와 불균형을 명확히 파악해 외국에 뿌리를 둔 시민이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외즈잔은 민족주의와 반(反)무슬림·반유대주의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않은 이들을 위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6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할 후보 명단도 공개했다.
튀르키예는 195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지만 아직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다.
외즈잔은 독일 정계 진출도 선언했다. 그는 1일 독일 매체 RND와 인터뷰에서 "우선 유럽의회 선거에 집중해 얼마나 많은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지 보고 싶다. 현재로서는 내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 참여도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튀르키예계 주민은 약 280만명이다. 이 가운데 150만명 정도가 독일 시민권을 갖고 있다.
DAVA가 내건 목표만 보면 진보정당에 가깝다. 그러나 독일 정치권과 언론은 이들의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참여하는 인사들이 AKP 또는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관련된 단체에 몸담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를 맡은 외즈잔이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30년 넘게 당적을 갖고 있던 독일 사회민주당(SPD)을 탈당한 점도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는 DAVA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지지조직으로 규정하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옌스 슈판 기독민주당(CDU) 부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에르도안과 AKP의 분파는 더 극단주의적인 정당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사스키아 에스켄 SPD 대표는 "에르도안의 분열적 성향을 독일에서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주내무장관회의 의장인 미하엘 스튀브겐은 "그런 정당은 오로지 튀르키예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할 것이며 독일 정치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당명이 아랍어로 선교 또는 전도를 뜻하는 '다와'와 비슷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독일 내 이민자들이 자체 정치조직을 꾸린 게 처음은 아니다. 과거 독일민주동맹(ADD)과 혁신정의동맹(BIG) 튀르키예 출신 또는 무슬림들이 정당을 창당해 선거에 출마했으나 정치적 영향력은 미미했다.
괴카이 소푸오글루 튀르키예교민회장은 RND에 "당황할 이유가 없다. 오로지 민족을 기준으로 설립되고 민족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정당은 한계가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정치 활동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