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일 발간한 ‘중동 분쟁 확산과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개 시나리오를 △역내 긴장 완화 △역내 긴장 장기화 △전면전 확대로 나눠 분석했다.
이 중 ‘역내 긴장 장기화’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KIEP 측 판단이다. KIEP는 “이번 전쟁을 통해 하마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의지가 강하고 가자지구 해법에 있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 간 인식차가 존재한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영구 휴전 합의보단 역내 긴장 장기화 가능성이 조금 더 큰 것으로 사료된다”고 짚었다.
KIEP는 “정세가 안정될 경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뇌물수수·배임 혐의 관련 재판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스라엘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IEP는 “중동 내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이란과 친(親)이란 무장 단체는 홍해 선박에 대한 공격 지속, 호르무즈 해협 선박 나포, 역내 미군기지 공격 등을 통해 정세를 더 불안하게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길어질 경우 유럽·북아프리카 국가와의 교역 차질과 원자재 중심의 물가 상승 압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집트와 동유럽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우리 석유화학·배터리 기업들의 부품 공급 비용도 상승할 수 있다고 KIEP는 진단했다. KIEP는 “개발 사업이 확대된 이라크로 우리 기업의 재진출 의지가 높아졌으나 정세 불안이 지속될 경우 현지 진출 의지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KIEP는 ‘전면전 확대’가 가장 발생 확률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올해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는데다 이란의 경기 부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란과 중동 내 친이란 무장단체가 미국·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동은 우리나라 수출의 3%, 건설 수주의 32.3%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KIEP는 “현재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장될 경우 지난해 12월 타결된 한-걸프협력이사회(GCC)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가 절감될 수 있다”며 “네옴시티를 포함해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현지 대규모 개발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