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단독]'홍콩ELS' 가입한 70대, 97%가 재투자였다

◆ 본지 '대형證 가입자 자료' 입수

50~70대 재투자 95~97% 달해

'손실 위험 인지' 주장 힘 받을듯





국내 한 대형 증권사가 판매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70대 이상 고령자 가운데 97%(2023년 말 잔액 기준)가 ELS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이 ELS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엄벌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고령층을 포함한 절대 다수의 투자자들이 손실 리스크를 미리 인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대형 증권사들로부터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A증권사의 홍콩H지수 ELS 보유자 중 70대의 ELS 재투자 비율은 97%나 됐다. 50대와 60대 투자자도 각각 96%, 95%가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아무래도 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투자 경험이 풍부하고 고액 자산가인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 숙려 제도, 투자 성향 테스트 등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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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는 주가나 지수가 정해진 조건 내에서만 움직이면 예적금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얻을 수 있는 반면 이 조건을 한번이라도 벗어나면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서도 홍콩H지수가 급락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이 적게는 4%, 크게는 20% 이상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홍콩 ELS 손실 투자자를 단순히 피해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ELS 주요 판매사를 상대로 한 현장 검사를 마무리한 뒤 불완전판매 입증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앞서 금감원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배상 비율 기준안을 따로 마련해 고령의 피해자들에게 더 많은 배상 비율을 인정해준 바 있다. 고령의 투자자일수록 금융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불완전판매 피해를 더 크게 입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ELS는 통상 고액 자산가들이 뛰어드는 ‘여윳돈 시장’”이라며 “그렇기에 ELS 고객도 젊은 층은 거의 없고 투자 경험이 풍부한 고령층이 많다”고 귀띔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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