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뒷북경제]'플랫폼법' 불만 드러낸 美 재계…통상갈등 번지나

구글·애플 등 규제대상 예상되자

"법안 전문 공개…의견 수렴하라"

美 상의 성명서 통해 대놓고 반대

점유율 낮은 中기업 '면죄부' 지적도

정부는 "과도한 우려" 진화 나서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법과 관련해 미국 재계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미국 재계의 요청에 따라 미국 상무부가 나설 경우에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정부는 국내외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겠다는 입장인데 설익은 규제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최근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플랫폼 법안 통과를 서두르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상의는 “(한국 정부가) 모든 법안의 전문을 공개하고 미 재계와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한 의견 수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했습니다. 미 상의는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경제 단체로 정부 정책과 의회 입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이 플랫폼법의 핵심입니다. 구체적으로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유리한 거래 조건 요구) 등 부당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해외에서는 구글과 애플 등 4~5개 기업이 규제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미 상의는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의 기본이 되는 좋은 규제 관행을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또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정부를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위치에 처하게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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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플랫폼법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 곳은 미 상의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시장 점유율이 낮은 중국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자칫 미국 기업에만 족쇄가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첨단 기술 등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역차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 윌리엄 라인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이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 플랫폼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중국 플랫폼에 면죄부를 주는 유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알리바바 등 중국 업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글,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최근 공정위의 플랫폼법 설명회에 불참한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자리합니다. 애플 등 빅테크의 폐쇄적 플랫폼을 전면 개방하도록 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제정 여파로 미국 재계가 한국 플랫폼법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돼 플랫폼법이 정부 간 통상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미 재계의 이번 우려 표명을 기점으로 미 정부의 대응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플랫폼법이) 통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짚었습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내외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쳐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통상 마찰에 대한 우려도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법과 비슷한 제도를 먼저 도입한 유럽연합(EU) 등에서 통상 이슈는 제기되지 않았다”며 “국내외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뒤 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같은 국제적 마찰을 회피하기 위해 규제 대상을 통상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다음 달 초 플랫폼법 제정안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입법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논란을 줄이기 위해 적용 대상을 최소화하고 3~5년마다 기업을 재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세종=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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