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韓작가 집중분석…'단색화 이후' 제시할 것"

“중요한 건 한국 아티스트의 역량이지만 이를 키워줄 수 있는 건 조직과 전략입니다.”

지난 3년 여간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전례없이 여론 입방아에 올랐다.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전임 관장과 정부 간 관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개월간 관장이 공석으로 유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66·사진)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조직 분위기 개선을 통해 미술관 내부를 다지고 예산과 연구 면에서 한국 아티스트의 세계적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에서 가장 큰 미술 전시기관으로 해외 미술선진국의 대형 미술기관과 다르게 공공, 정부 산하로 운영된다. 조직이 효율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방만해지기 쉽다. 그는 “미국, 유럽 등의 세계적 전시관에서 국현과 협업한 전시가 열리고,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며 “공무원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처럼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재적소에 인재가 있도록 조직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맞는 역량의 사람이 맞는 자리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직 효율화 과정의 가장 큰 목적은 ‘대국민 서비스’ 강화다. 그는 "실제로 국민과 가장 먼저 만나는 서비스가 전시와 교육인데, 그런 부분에서전 세대를 아우르는 전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미술사적인 연구를 기초로 해 국민들이 감동받을 만한 전시를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가 어떻게 대중적 전시와 연결되는 것일까. 김 관장은 “미술사의 큰 흐름을 만드는 것은 결국 연구”라며 입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해외 대부분의 미술 사조는 도두 정부 주도의 연구에서 출발했다. 그는 “미국 미술은 유럽의 비주류였지만 모더니즘이 장악한 시대에 모더니즘 작가들을 모두 미국으로 초빙해 ‘모더니즘 이후’를 연구하도록 한 덕분”이라며 “그게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작가들의 역량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며,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며 "그들을 모아서 연구해 이론으로 만들고 세계에 내놓을 만한 ‘어나더 단색화(단색화 다음)’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국가 미술기관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에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MMCA) 리서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MMCA 리서치 프로젝트는 해외의 권위 있는 석학과 한국의 석학이 교류하며 한국 미술과 작가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김 관장이 미술관 조직과 함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연구의 결과물은 책으로 출간해 기록한다는 계획이다.

조직 쇄신과 연구를 통해 전시의 위상을 높이고 아울러 현대미술 전시를 좀 더 대중화하는 것도 그의 원대한 계획이다. 사실 현대미술은 미술 애호가가 아닌 이상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 전시관인데도 진입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 김 관장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하고, 미술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느낄 만한 교육 서비스를 만들어 서비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관을 들르기 위해서는 결국 국내외 유명한 작가의 전시가 끊임없이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 김 관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는 10월에 이강소 회고전이 있고, 4월에는 정영선 조경사 등 대가들의 전시가 예정돼 있다”며 “해외 작품 소장작을 늘리고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정립하는 전시를 계속해서 착실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2023 정연두:백년 여행기’와 같은 전시를 진행하기 위해 기업과 협업도 추진한다. 지난 10년간 진행된 ‘MMCA 현대차 시리즈’의 마지막 전시였다. 김 관장은 “현재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여러 기업과 논의 중”이라며, “현대미술의 중견 및 대가의 작품세계를 연구하고 소개하는 것은 후원 여부와 관계 없이 우리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