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추진 1년만에 의대증원 발표…의료계에서 시민단체로 접점 넓히며 명분 쌓아

연금·교육·노동개혁 부진 속 '의료개혁' 성과 주목

다양한 의료계 만나고, 의료소비자 의견 수렴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1년 만에 의대증원 규모를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연금·교육·노동 등 3대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의료개혁'이라는 성과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이렇게 예상보다 큰 증원 규모를 내놓은 것은 그동안 긴 시간을 들여 의료계, 시민사회와 대화를 이어오면서 의대 증원의 당위성과 명분을 쌓는 작업을 해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이날 의대 증원 발표는 지난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증원 추진을 언급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조 장관은 당시 "의정합의를 토대로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 공론화를 기반으로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가 바뀐 뒤인 지난해 1월 26일 대표적인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시작했다. 의대 증원은 복지부와 의협이 지난 2020년 의정협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는 대로 논의하기로 합의한 4가지 안건 중 하나였다.

이후 복지부와 의협은 28차례에 걸쳐 마주 앉았지만, 큰 폭의 의대 증원을 주장하는 복지부와 의대 증원이 ‘건보재정을 악화시킬 뿐’ 의협 사이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작년 6월 열린 10차 협의체 회의에서 양측이 '의대정원 증원'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의는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했다.



돌파구는 복지부가 같은 달 말 논의의 틀을 의료계 밖으로 확장하면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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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특정 학과의 대학 입학정원을 직역단체와 함께 결정하는 것이 국내 다른 학과나 해외 사례에 비춰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 수요자 단체도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도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는 위원회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며 노동자·소비자·환자단체 등이 추천하는 수요자 대표, 의료단체가 추천하는 공급자 대표와 보건의료 전문가, 정부 위원으로 이뤄진다.

보정심 개최에 대해 의료계는 반발했지만, 의대 증원에 대한 찬성 여론은 이후 더 커졌다.

작년 10월 설문(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갤럽)에서 64.9%가 찬성했던 의대 증원은 두 달 뒤인 작년 12월 설문(보건의료노조)에서는 찬성률이 89.3%까지 올라갔다.

대화 상대인 의료계를 개원의 중심인 의협 밖으로 넓힌 것도 상황이 정부에 유리하게 돌아간 계기가 됐다.

복지부는 의료계 원로들이 모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개원의 중심인 의협과 입장이 다른 병원 관련단체 등으로 의료계 접촉면을 넓혔다. '의료계 내에 의대 증원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1일에는 지역·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보험과 공제 가입을 조건으로 환자가 동의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기소를 면해주겠다는 '당근책'을 담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도 내놨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우려나 의사에 대한 특혜라는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정부가 의사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내비친 셈이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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