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글로벌 정글서 뛰는 기업들 ‘모래주머니’ 규제 과감히 제거하라


한국경제인협회가 6일 공정거래 분야의 해묵은 규제 20가지를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한경협이 거론한 규제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동일인 지정 제도,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금지하는 금산 분리 원칙, 기업집단의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이다. 수십 년 전에 만들어졌거나 한국에만 있는 규제들이 대부분이다.



동일인 지정 제도는 기업 성장에 따른 경제력 집중과 시장 경쟁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1986년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해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당초 취지를 상실했다. 게다가 한국에만 있는 규제다. 은행의 대기업 사금고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보유를 금지한 금산 분리 원칙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전통 금융업의 영역을 파괴하며 판을 흔드는 상황에서 기업의 융합과 혁신을 가로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있다. 한경협은 또 미국·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 중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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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대에 케케묵은 규제들이 기업의 신사업 진출과 투자 기회를 봉쇄하고 일반 산업과 금융업 간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정글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의 지원까지 등에 업고 뛰는데 우리만 기업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수명을 다한 규제들을 점검하고 과감히 수술에 나서야 한다. 경제 활력 촉진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와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반(反)기업 정서 부추기기 차원에서 밀어붙인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 금융그룹감독법 제정)’도 재검토해 과도한 족쇄는 서둘러 혁파해야 할 것이다. 감사위원 선출 때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다중대표소송제 등 기업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규제들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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