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일 상견례를 겸한 전화통화를 했다. 왕 부장이 조 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하고 첫 통화였음에도 양측이 고위급 교류, 공급망 협력 등 비교적 상세한 의제에 대해서도 논의하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서먹해진 한중 관계가 개선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외교부는 조 장관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오후 9시부터 50분간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 10일 조 장관이 취임한 지 27일 만이다. 조 장관은 취임 직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첫 통화를 가졌고 이어 가미카와 요코 일본 재무상,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등과도 통화를 했다. 조 장관 취임 직후 왕 부장이 축하 전문을 보내긴 했지만 통화는 미뤄지며 소원해진 한중 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통화로써 이런 우려는 불식시켰다.
외교부는 “이날 통화에서 고위급 교류, 공급망 협력 등 한중관계 전반, 북핵·북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우선 왕 부장은 “앞으로 조 장관과 좋은 업무 협력 관계를 형성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조 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이에 조 장관은 왕 부장의 취임 축하와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중하는 방안에 대해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해 가자고 화답했다.
이날 양측은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또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한중 양국이 갈등요소를 최소화하고 협력의 성과를 쌓아나가며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차기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공감한 바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이를 위한 후속 협의를 진전시켜 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왕 부장은 의장국인 한국의 노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외에도 양측은 한중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1.5트랙 대화 등의 협의체가 조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양측은 변화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양국간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등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 간 무역 투자를 심화해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아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
북한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조 장관은 북한이 연초부터 각종 도발을 계속하며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안보리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핵·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강화해 주기를 당부했다.
이번 통화를 계기로 한중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상견례 성격의 통화였음에도 왕 부장이 조 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하고 중국이 한일중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중 고위급 협의체와 공급망, 무역투자 등 비교적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것도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