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둔화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률이 3년 새 5%포인트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SOC 예산의 65%를 조기 집행한다고 밝혔는데 최근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올해도 집행이 더딜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2020~2023년 SOC 예산 집행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SOC 예산 집행액은 23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SOC 예산 집행현액(26조 원)의 90.4%를 기록한 것으로 이는 전년(94.1%)보다 3.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2020년(96.2%)과 비교하면 5.8%나 추락했다.
SOC 예산이 20조 원대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집행률은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2020~2022년 SOC 예산현액은 23조 9000억~28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26조 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SOC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세수 펑크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예산에 할당된 세수보다 56조 4000억 원 적은 세금을 거둬들였다. 예산에 설정된 액수보다 수십조 원이나 적은 세금이 들어오면서 일부 사업에서 불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SOC는 건설·토목 사업이라는 특성상 사업 기간이 길다. 이 때문에 기존 예산에 잡아놓았던 액수보다 더 적은 사업비를 집행할 유인이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SOC는 예산 불용이 발생하기 가장 쉬운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추세적으로 SOC 예산 집행률이 떨어지고 있어 SOC 예산 관리 자체가 소홀하게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2022년 국가철도공단은 자사에 할당된 일반 철도 건설 예산 중 41.5%만 집행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계획하는 대로 ‘인프라 투자 조기 집행’을 통해 민간 경기를 뒷받침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SOC 예산의 65%를 상반기 안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과 주택 시장 부진으로 인해 건설업 사정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 절차와 민원 및 관계 기관 협의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집행률이 다소 미진한 점은 있다”면서도 “올해는 상반기에 SOC 예산 65% 신속 집행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