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는 물론 해외에서도 ‘모터쇼 무용론’에 대한 이야기가 커지고 있다.
모터쇼 무용론, 말 그대로 ‘모터쇼’의 경쟁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나아가 ‘소비자’ 역시 모터쇼에 대한 관심, 혹은 관람에 대한 의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모터쇼 역시 일부 브랜드를 제외한다면 불참, 혹은 소극적인 태도로 ‘허전한 구성’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기술의 발전, 그리고 새로운 ‘체계’의 도래는 브랜드들을 ‘모터쇼’가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의 행사, 혹은 CES라는 새로운 대안으로 발길을 옮기게 했다. 다만 CES 등에 대해 일각에서는 ‘먼 미래의 이야기’는 지금의 소비자에게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 역시 ‘모터쇼 무용론’과 별개로 ‘제품에 대한 오프라인 경험’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살펴보며 고민하는 이들도 있지만 ‘간접적인 정보’의 취득만으로도 제품 구매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악 조건들이 연이어 이어지니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러한 고민을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일본은 최근 ‘지속적인 경제침체’, 흔히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20년 그리고 30년을 맞이하고, 소득 수준의 발전이 미비한 상황에서 ‘젊은 소비자’의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악재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시장에도 큰 위기가 됐다.
실제 수 년 전부터 ‘소비자들의 소비력 저하’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수 많은 브랜드들이 우려를 표했고 토요타 등의 브랜드들은 ‘보다 부담 없는 소비’가 가능한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최근의 ‘다이하츠 스캔들’ 역시 이러한 영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2024 도쿄 오토 살롱(Tokyo Auto Salon 2024)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보다 젊은 소비자들이 현장을 찾으며 ‘자동차’라는 대상 자체에 대한 호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게 만드는 브랜드
지난해 10월, 2023 일본 모빌리티 쇼는 여러 생각에 빠지게 했다. 전동화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짜맞춘 듯한 컨셉카의 행렬,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 등은 그저 휘발성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브랜드들이 제시하는 청사진은 ‘지금의 대중들이 구매하거나 향유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브랜드 스스로가 ‘이미지’ 때문에 소비자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도쿄 오토 살롱은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저 무대 위의 전시 공간에 차량을 세워놓고 ‘우리의 것을 보세요’라는 수준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붙잡고, 마치 ‘떠 먹여 주는 수준’이었다.
실제 각 브랜드들은 ‘다가갈 수 없는’ 그저 멀리서 바라봐야 할 전시가 아니라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차량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현장 관계자들 역시 관람객들과 더욱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여기에 전시된 차량들 역시 ‘지난해 내가 응원했던 팀과 레이스카’ 그리고 ‘올해 내가 응원할 수 있는 팀과 레이스카’로 가득하다. 그리고 관람 후 내 차에 붙이고, 장착할 수 있는 각종 제품들 역시 너무나 다채롭게 구성됐다.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내가 관심 있는 제품에 대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 역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으니 ‘지갑을 열고’ 내 스스로의 관심과 애정을 재확인하고 스스로가 더욱 ‘만족’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브랜드 활동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시간을 마련하니 관람객들 입장에서는 ‘프로스포츠의 시즌이 끝난 후 팬 모임’을 하는 기분과 유사하다.
또한 야외 이벤트 공간에서 펼쳐진 D1GP 킥오프, 현대 N 모먼트 및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이벤트 주행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풍성한 패키징’을 완성하니 도쿄 오토 살롱 그 자체는 거대한 ‘테마 파크’와 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입장료 이상의 가치’를 보장하다
다시 모터쇼 무용론으로 돌아온다면 ‘우리의 모터쇼’는 과연 어떤 재미와 가치를 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넓은 공간, 많은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타인과 뒤섞여’ 차량을 살펴보는 것 외의 ‘특별한 경험’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한 모습이 최근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브랜드 역시 ‘모터쇼’가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노력의 필요성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동의하진 않더라도 흔히 ‘시장은 현명하다’는 명제를 신뢰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장의 반응이 ‘무심할 정도’로 둔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브랜드의 가치, 제품에 대한 의미를 더하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촉진하고 싶다면 더 많은 고민, 그리고 더 많은 활동을 기반으로 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