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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사업자 심사 분쟁에 FIU 과부하…다가오는 갱신신고 어쩌나

한빗코, 델리오·고파이 이어 소송

과부하 우려…FIU "차질없이 준비"

서울경제신문 DB서울경제신문 DB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심사 과정에서 줄소송에 휘말리며 올 9월로 다가온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신고에 난관이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한빗코는 지난달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개시했다. FIU가 지난해 10월 13일 한빗코에 내린 과태료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제소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 소송 개시를 선택한 것이다. 행정처분 취소소송은 해당 처분이 확정·통지된 날로부터 3개월(90일) 이내에 제소해야 한다.



앞서 FIU는 한빗코 현장 실사를 진행한 결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사항을 발견했다며 한빗코에 20억 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한빗코는 해당 처분이 과도하다는 입장이었지만 행정소송을 실제로 제기할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껴왔다. 원화마켓 수리 전권을 쥐고 있는 FIU와의 관계를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그간 가상자산사업자들은 FIU의 신고 수리 결정을 이의 제기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왔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FIU에 등기임원 변경을 신고한 지 1년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법적 대응 없이 당국의 눈치만 보고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신고 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FIU의 결정에 불만을 품은 가상자산사업자가 당국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하며 ‘배수의 진’을 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빗코에 앞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업체 델리오도 지난해 11월 과태료 처분에 불복해 FIU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FTX 파산 여파로 출금이 막힌 고팍스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경우 피해자들이 직접 나섰다. 고파이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28일 FIU 가상자산검사과 담당자들에 직권남용 혐의를 제기하는 진정서를 제출해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FIU가 현재 대응해야 하는 소송이 3건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해 FIU가 종합검사 대상 범위를 넓히면서 업계와의 불협화음이 커진 영향도 크다. FIU는 특금법 시행 다음 해인 지난 2022년 원화마켓 거래소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정기 종합검사를 지난해부터 코인마켓 거래소를 비롯한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로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코인마켓 거래소 지닥·포블·한빗코와 예치 업체 델리오 등 4곳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2곳과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 것이다. FIU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자 원화마켓 거래소 5곳을 비롯한 나머지 가상자산사업자 33곳에 대한 종합검사는 결국 생략됐다. 원화마켓 거래소 담당자는 “지난해 현장 실사 등이 포함된 종합검사 외에 다른 방식의 실사도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올해 9월로 다가온 첫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신고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심사 업무를 도맡고 있는 FIU가 가뜩이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법정 다툼에도 휘말린 탓이다. 종합검사가 중단되면서 갱신 신고 심사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미리 구비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37개사의 갱신 신고를 동시에 심사하는 과정에서 업무 마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FIU는 갱신 신고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IU 관계자는 “재작년 종합검사는 원화마켓 거래소 5곳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올해도 비슷한 수의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종합검사가 이뤄졌다"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화마켓 거래소 등의 심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가 몰릴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가상자산사업자들로부터 미리 확인 가능한 자료를 받아보는 등 사전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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