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과부의 해냐, 청룡의 해냐…상반된 미신 마주한 중국

올해 입춘이 음력 설보다 빨라

음력으로 입춘 없는 과부의 해

과부의 해, 결혼·출산에 부정적

용의 해 기운받아 출산율 상승

드래곤 베이비 출현 기대감 커

미얀마 양곤의 한 쇼핑센터 앞에서 10일 중국 현지 예술가들이 춘절(중국 음력 설)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사자 춤을 추고 있습니다. AP연합미얀마 양곤의 한 쇼핑센터 앞에서 10일 중국 현지 예술가들이 춘절(중국 음력 설)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사자 춤을 추고 있습니다. AP연합




10일 춘절(중국 음력 설)을 기점으로 중국에서도 갑진년 용의 해에 돌입했다. 가족들이 모여 춘절 연휴를 보내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는데 자녀들의 결혼과 출산도 중요 관심사 중 하나다. 우리나라 못지 않게 중국 역시 다양한 미신을 믿는 나라로, 올해는 두가지 미신이 충돌하고 있다. 하나는 용의 해를 맞아 아이를 낳으면 운이 좋다며 출산율이 올라가는 이른바 ‘드래곤 베이비’ 현상이다. 이에 대립하는 ‘과부의 해‘도 올해 주목받고 있다. 24절기 중 봄이 시작하는 '입춘'이 음력 설보다 빨라서 속칭 '봄이 없는 해'를 뜻하는 과부의 해에는 결혼과 출산이 불운할 수 있다는 미신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중국 당국은 어떻게든 과부의 해는 비과학적으로 치부하면서도 같은 미신인 드래곤 베이비는 방관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출산율 올리기가 절실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젊은이들은 최근 만혼을 넘어 결혼 기피가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 한국에 이어 동북아 3국이 시차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결혼을 꺼리게 되면 다시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유교 문화권인 동북아에서 결혼 없이 아이를 낳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게 사회적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 올해 과부의 해라는 속설이 퍼지자 중국 당국은 "미신을 믿지 말라"며 단속에까지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중국 민정부(행정안정부 격)의 홈페이지 공공의견란에는 한 신원 미상의 시민이 "'과부의 해'는 상식과 과학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사람들이 미신과 속설에 휘둘리지 않도록 민정부가 이러한 비이성적 믿음에 대응해 목소리를 내라”고 주문했다.

민정부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지난달 22일 "당신이 제기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올해는 입춘이 2월 4일로 설날인 2월 10일보다 빠르다. 내년에는 설날이 1월 29일로 입춘보다 빠르다 보니 2024년 음력에는 입춘이 존재하지 않게 됐다. 봄(입춘)이 없어진 2024년(음력 기준)이 과부의 해가 된 이유다.

SCMP는 "봄은 탄생과 재생을 상징하기에 1년 중 가장 활기찬 시기로 여겨진다"며 "'과부의 해'로도 여겨지는 '봄이 없는 해'는 결혼하면 불운이 찾아오는 것으로 민간에서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우려가 확산되자 중국중앙TV(CCTV)도 대중을 교육하고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봄이 없는 해'와 불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보도했다. CCTV는 “입춘이 없는 음력 해는 드물지 않다”며 “2019년과 2021년에도 음력 해에 입춘이 없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반면 일각에선 용의 해를 맞아 좋은 기운을 얻기 위해 출산율이 증가하는 드래곤 베이비의 탄생을 기원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에서 드래곤 베이비라고 불리는 12년마다 출생이 급증하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 효과는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국 인구통계 전문가인 왕펑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과거에는 상서로운 용의 해에 출생률이 더 높았다”며 “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의 부정적인 경제 전망과 비관론을 고려할 때 중국이 올해 눈에 띄는 반등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가 경제 불안과의 연관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8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5년 여만에 가장 낮은 -0.8%를 찍으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졌다. 왕 교수는 “아이를 갖는 것은 평생에 걸친 책임”이라며 “경제적 비관론은 올해 출산율을 향상시키는 데 강한 반작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었던 중국은 최근 심각한 저출산 탓에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으로 인구가 줄었다. 인도에 세계 1위 인구 자리도 내줬다.

신생아 수가 2년 연속 1000만명을 밑돌면서 전체 인구도 내리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출생률 제고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꺼냈지만, 경제 둔화 속에 청년들은 결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국 결혼 건수는 2013년 1347만건에서 2022년 683만건으로 거의 반토막이 됐다.

이런 상황에 과부의 해와 청룡의 해가 맞딱뜨려 어느 쪽의 기운이 우세할 지 주목된다.

SCMP는 “청룡의 해에 아기를 낳는 것은 축복으로 여겨진다"며 "올해가 결혼하기에는 나쁜 해로 여겨짐에도 일부는 올해가 아기를 낳기에는 좋은 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